“처음에는 두 진기가 좀처럼 섞이지 않고 서로 힘만 겨루는데, 그때 무극일원결이 작동했어요. 그 깊은 오의(奧義)는 두 진기의 공통점을 찾아내 두 진기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도록 저의 모든 것을 깨웠고요. 제가 이르고자 했던 경지의 그것이 스스로 벽을 뚫고 나온 것이에요. 제 몸에서 지금 엄청난 내력이 요동치고 있어요. 이제부터 그것을 다스려 갈 거에요. 그렇게 두 진기 완벽한 하나가 되는 날 비로소 천상지무를 연마할 수 있겠지요. 도혼 할아버지 그 동안 수고하셨어요. 불혼 할아버지도 너무 고맙워요. 참, 삼혼지문 말이죠, 두 달 정도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해요.”



무영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현상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한 마리도 그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삼혼이 준비했지만 그들도 이르지 못했던 최고의 경지에 무영이 들어섰음을 말한다, 비록 처음으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본 것에 불과하지만.



‘이루었구나. 무영아, 주군처럼’



불혼이 무영의 성취에 마음 깊은 곳에서 격정적인 기쁨이 흘러넘쳤다. 주군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그때는 주군의 사정 때문에 기뻐할 수 없었다. 무영의 성취에 기뻐하는 마음의 끝에는 주군에 대한 아련한 아픔이 걸려 있었다.



“으허허허, 너 땜에 불혼 목 돌아갔단다. 으하하하, 그 값은 해야지. 암, 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축하한다, 무영아.”



도혼도 그런 무영을 보며 기뻐 죽을 지경이었다. 구박만 주던 불혼의 목도 돌아갔으니 이중의 기쁨이었다.



“허허, 사제도.. 내 목이 돌아가서 기쁜 거야, 뭐야? 참.. 뭐, 그런 얘기를.. 너도 목 돌아가 봐라, 얼마나 아픈지.. 험, 허엄. 무영아 나도 축하한단다. 자랑스럽구나, 할아버지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다음에는 도혼의 목이 돌아가게 만들어줘. 몸은 앞을 보고 있는데 얼굴은 뒤를 보고 있도록, 알았지?”



불혼이 겸연쩍어 하며 무영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도 도혼에게 은근한 저주를 퍼부었다.



“불혼, 내 목은 튼튼해서 까딱없어. 꿈도 꾸지 마셔! 크하하하하!!!”



도혼이 더욱 크게 웃자 불혼이 되받는다.



“하긴 턱 다음이 가슴이니 목이 없긴 하지.”

“뭐, 목이 없다고? 야, 치사하게 신체의 아픔을 이용하냐? 네 목도 만만치 않아!!”

“난, 목젖이 보이지만 너 안 보이잖아!”

“목젖이 왜 안 보여? 수염 때문이야! 자, 봐봐. 이거, 목젖! 목젖! 이게 목젖이지 뭐야!!!”



도혼이 수염을 끌어올린 채 턱을 최대한 하늘로 끌어올리면서, 목젖을 손가락을로 가리키며 길길이 날뛰었다. 불혼은 목 뒤를 주무르며, 어디에 목젖이 있느냐는 투로 도혼의 목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무영이 불혼과 도혼의 다툼에 크게 웃으며, 속혼의 옆에 있는 세 명의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실 불혼과 도혼은 삼혼지문을 이해했다는 말까지 무영에게서 듣자 그의 몸에서 일어난 반응 중 일극무원결이 어떻게 작용해 두 절대지기가 하나로 합쳐졌으며, 현재 무영의 공력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마지막에 말한 자신들은 평생에 걸쳐 완성한 삼혼지문을 어떻게 두 달 정도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구글이미지에서 인용



헌데, 무영이 그들의 말싸움을 말리지 않고 속혼을 향해 갔다. 코가 거의 닿을 듯이 언성을 높이던 불혼과 도혼이 멀쑥해졌다.

“저 아이들은 누구에요?”



무영이 속혼의 양 옆에 서있는 세 명의 아이를 가리켰다. 언뜻 보기에 그들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서너 살 정도 많아 보였다. 특이한 것은 그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삼혼을 닮았다는 점이다.



특히 신체적 조건은 너무 훌륭해 한 번만 봐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기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그 중 한 명은 약간의 병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역시 신체조건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너의 숨은 힘이란다.”

“저의 숨은 힘이요? 혹시, 그렇다면 삼혼의 후예요? 정말이요?”



속혼의 말에 무영의 눈이 커졌다. 속혼은 무영의 눈이 이렇게 커지며 반짝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단다. 삼혼의 후계자며 너의 충직한 동반자가 될 아이들이야. 네가 천상지무와 일극무원결을 대성하기 위해, 내일 들어갈 폐관에서 네가 다시 나올 때 너의 숨은 힘이 될 조력자로 자라 있을 거야.”



류심환이 속혼 대신 무영에게 그 아이들을 소개했다.



“아저씨…”



무영의 눈이 붉어졌다. 류심환 아저씨는 자신을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해두었던 것이다.



“눈물은 모든 뜻을 이룬 후에 흘려라. 오늘부터 폐관에 들어가야 해. 세 아이들도 폐관에 들어가고. 무영이가 폐관을 끝내는 날 다시 만나자. 세 아이는 첫 2개월간은 삼혼이 직접 도와줄 거야. 각종 약초와 영환 등으로 너희의 내력도 키워줄게. 하지만 짧은 시일 안에 제 이의 삼혼에 이르려면 뼈와 살을 깎고 영혼을 도려낼 수 있는 불굴의 의지와 어떤 도전도 넘어설 수 있는 자신감, 무영이 그랬던 것처럼 한시도 멈추지 않는 부단 없는 노력이 필요해. 그렇게 너희가 제 2의 삼혼에 이르면 무영과 함께 천하를 주유할 거야. 그 협명(俠名)이 하늘에 이르러 영원히 무림 사에 남도록 말이야. 진정한 천 년 무림의 전설은 무영과 함께 너희가 이룰 거야. 그것만이 전설의 영역에서 영원할 거야. 무영과 너희들이 그렇게 만들어야 해. 수련 기간은 무영이 폐관을 끝내는 시점까지야. 아저씨는 무영이도 너희도 다 잘하리라 믿어, 알았지?”



류심환이 앞으로의 과정을 길게 말하며,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류심환이 처음으로 무영을 안았다. 처음 자신의 품으로 건네질 때는 너무 어리고 작고 여려서 마음이 아팠는데 열두 살에 이른 지금은 제법 자라 마음이 든든했다. 하지만 내일아침부터 한 오육 년은 보지 못할 것, 한 번쯤은 안아보고 싶었다.



‘아! 주군께서 무영을..’



그 모습을 본 삼혼의 마음이 뜨거워졌다. 갑작스런 류심환의 행동에 무영도 당황했지만 그의 넓고 아늑한 품이 너무 좋았다. 이 느닷없는 포옹이 예상치 못해서 더 좋았다. 아저씨의 품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너무 닮았다. 무영은 류심환의 돌발적인 포옹이 너무 고맙고 기뻤지만, 마음 한 편에 있던 아련한 슬픔이 떠올랐다.



‘아저씨.. 고마워요. 저를 낳은 건 부모님이지만 키우신 것 아저씨에요. 아저씨는 제 사부이자 아버지세요. 이 감사함을 저는 어찌 해야 한단 말입니까. 아아, 그런데, 그런데.. 어머님이, 그날의 어머님이..’



단 한 번도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리지 않았던 어머님이 떠올랐다. 그의 품 안에서 무영은 소리도 떨림도 눈물도 없이 울었다. 울어서 마음이 다하여 혼절할 때까지 울고 싶었다.



그날의… 어머니.



처참하게 검강인에게 능욕당하며 혀를 깨물어 자결하시던 그 눈빛 속의 슬픔과 치욕을, 어머니의 입술을 따라 하염없이 흐르던 선혈, 돌아가신 이후에도 강간을 멈추지 않던 검강인의 미친 듯한 짐승의 모습을 떠올렸다.



죽어서도 끝내 감지 못한 어머니의 시선이 아버지가 보낸 시종의 품에 안겨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자신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그 억겁같이 길었던 그날의 자신의 두 눈과 어머니의 핏빛 통한과 마주친 순간.. 아무 일도, 정말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자신을 안은 채 천상천을 전력으로 탈출하던 아버지의 통곡조차 못하는 단장(斷腸)의 외침이, 그 회한의 핏빛 외침이 들렸다. 그 외침에 함께 흘렸던 자신의 핏빛 눈물이 떠올랐다.



크아아아.. 

크아아아아..

어머니.. 어머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찌 된 일인가? 태극의 무공 천상빙혈검류를 다 익혔는데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어어.. 지와 인의 얼굴이 보여. 내 검을 뺏은 사촌 형과 외삼촌, 궁인들이 보여. 어어.. 헌데 그들이 달려들어. 난 잘못한 거 없는데. 움직여야 해. 팔을 뻗어 막아야 해. 헌데.. 몸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크악!! 사촌 형의 검이 심장을 관통했어. 외삼촌의 도가 목을, 내 목을.. 잘랐어. 크아아악!! 헌데.. 헌데..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이놈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커억!! 궁인들의 무기가 그 놈의 검처럼 네 사지를 잘랐어. 으아아아.. 지와 인의 얼굴이 보여. 내가 사제들처럼 됐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듣지 않아..’



천은 태극의 무공, 천상빙혈검류를 막 이루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몸이 마비되더니 끔직한 환영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제 자신은 천상천주에 버금가는 무공을 성취했기에 복수도 눈앞에 있었고 그것으로 전능의 위치에 근접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어어.. 이번엔 몸에서 빠져나가. 천상빙혈검류의 공력이 저절로 빠져나가.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왜? 도대체 왜? 내 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이야? 으아아아!!! 도대체 무엇이야, 무엇이 잘못된 것이야? 무엇이?!!’



그에게서 천상빙혈검류의 절대음기와 빙혈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는 몸이 마비되고 정신이 금제되어 환영 속을 헤매고 있지만 그것은 마교의 흡혈차능대법에 의해 그의 몸에서 자신이 깨달아 완성시킨 진정한 빙혈류가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한 사람이 서있다.



검강인!

그 아니면 또 누가 있겠는가.



“크하하하!! 이것으로 절대음기 빙혈류를 얻었다. 이제 천상천의 비전환단 천양천상신단을 복용하면 천상천 역사 상 가장 강력한 천주로 태어난다. 크하하하!!! 크하하하!!!”



천은 자신의 몸에서 마지막 한 점의 빙혈류마저 빠져나가자 그 끝에서 하나의 웃음소리가 귀를 파고들어 고막을 터뜨렸다.



‘..이 웃음은? 크윽!’



그 웃음은 둘로 나뉘더니 하나는 입천장을 뚫고 들어와서 한 놈은 목을 타고 흘러내리 가면서 내장을 파괴했고 나머지 한 놈은 위로 솟아 눈동자를 터뜨리고 뇌를 폭파시켰다. 천은 그렇게 느껴졌다. 



‘검강인의 웃음.. 크아악!! 이는, 내가.. 크악!!! 그에게.. 그에게..’

“크하하하하! 넌 속았어. 천, 네가 복수에 눈이 멀어 내게 속았어. 검강천도 벤 내가 임무에 실패한 네 놈을 살려둘 것 같았느냐? 어리석은! 복수는 내가 해주겠지만, 네가 먼저 죽어줘야겠어. 크하하하하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이들의 인적사항은 이렇습니다.”



속혼이 한 장의 서찰을 펼쳤다.



첫째, 무명- 주군이 정하실 것. 나이 십오 세. 다행히 불공을 연마했으며 그 성취가 오기조원에 이르렀음. 고아이며 친족도 없음. 심성이 강직하면서도 책임감이 강해 불혼의 후예로 적합한 것으로 판단됨. 특이사항 없음.



둘째, 한성- 주군이 새로 정하실 것. 나이 십삼 세. 도공을 연마를 막 시작했으나 천혜의 신체를 타고났음. 할아버지 한 명이 유일한 친족. 심성은 조금 급한 편이나 따뜻해 도혼의 후예로 적합한 것으로 판단됨. 특이사항 없음.



셋째, 철용- 주군이 새로 정하실 것. 나이 십이 세. 학문에 심취해 무공을 익히지 않았음. 부모 생존. 속혼의 후예로 적합한 것으로 판단됨. 특이사항, 십이경락(十二經絡) 중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에 이상증세, 치료 가능. 후예로서의 적격여부 주군의 판단 요함.



“음, 만족스럽군요. 헌데, 철용이의 이상증세는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어쨌든 수고 하셨습니다.”



류심환이 서찰의 내용을 읽은 후 속혼에게 말했다.



“제 복입니다, 주군. 그리고 파천태극무검을 전수할 아이는 다섯 명을 봐 두었고 앞으로 1년 정도 더 지켜본 뒤 두 명으로 추려 이곳으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주군.”



속혼의 예의 시선을 류심환의 허리에 고정시킨 채 나머지 아이들에 관한 내용도 보고를 했다.



“이것은 지난 1년간의 천상천의 동향과 이에 연관된 강호의 정세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주군.”



속혼이 이번에는 열 장 분량의 서찰을 꺼냈다. 거기에는 지난 1년간의 그의 노고가 그대로 배 있을 것이며 무영의 복수에 가장 큰 힘이 될 내용들이 들어 있을 터였다.



『천상천 그 1년간의 기록』

서찰의 첫 장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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