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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개편 후 점점 중도보수화하는 JTBC



JTBC가 시사보도프로그램을 개편하면서 조금씩 회항하던 종편화가 확실해졌다. 개편한 이유가 탈정치화에 있는 것이 확실한 손석희의 8시 뉴스룸까지, 예전의 MBC를 대신하던 JTBC의 시사보도프로그램을 볼 이유가 점점 더 사라지는 것 같다. 출생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든 일인가 보다.





최근의 JTBC 시사보도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계파정치에 매몰된 정당으로 끊임없는 폄하를 하고 있다. 반대로 새누리당을 얘기할 때는 동일한 내용을 폄하하지 않고, 적정선에서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다. 패널들이 새누리당과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오면, 사회자는 서둘러 봉합하기에 바쁘고, 끝을 흐린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비대위에 계파수장이 참여한 것을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한 것으로 폄하하면서도, 계파수장의 다른 말인 대선 잠룡들이 참여한 새누리당 혁신위는 공통의 합의를 통해 룰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다. 조경태와 정청래의 막장발언을 이용해 계파정치를 비판하는 듯한 편집은 논리적 비약이 너무 커서 의도적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 달 전만 해도 5시(그때는 4시) 정치부회의만 그랬는데 개편 후에는 뉴스룸까지 그러하다. 뜬금없이 강준만 교수를 초청해 2회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싸지지 없는 진보》는 개편 전까지 4시 정치부회의를 중심으로 친노 강경파를 한국정치의 문제로 몰아간 것과 동일한 맥락이어서 손석희마저 자유주의적 중도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8시 뉴스룸의 개편은 최악이라 할 수 있다. 두산그룹을 완전히 바꿔놓은, 그러나 포스코는 그렇게 하지 않아 비판받아 마땅한 페놀 유출 관련 보도와 이명박 정부의 4대강공사처럼 탈정치적이고 지난 정권의 문제를 다루는데 상당한 시간을 배정한 것은 현 정부 비판의 축소와 탈 정치화와 궤를 같이 한다. 뉴스9이 뉴스룸으로 개편된 목적은 정치 중심의 뉴스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며, SBS처럼 지상파 8시뉴스를 겨냥한 것이다.



JTBC의 종편화는 대중매체의 본질인 콘텐츠의 상업화와 오락화로 가는 길을 취했기에 지극히 기업적이다. TV조선이 정치 이슈를 선정적이고 이분법적으로 다뤄 폭력적인 증오상업주의로 먹고 살고 있다면, JTBC는 개편 이후 이슈에 대한 경직성을 버리고 연성화를 택해 방송 콘텐츠의 탈정치화와 오락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JTBC의 변화는 뉴스룸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SBS 8시 뉴스를 자극해 양질의 보도가 전파를 타게 하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 최근 일주일만 놓고 보면 8시 뉴스룸보다 SBS의 8시 뉴스가 완전히는 아니지만, 최소한 현재의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면에서는 한 발 앞섰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하위직 공무원과 근무연수가 적은 공무원일수록 피해가 집중된다는 것을 보도하고, 자살률과 증세 문제를 다루는 것에서도 뉴스룸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갔다. JTBC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국민연금과 동일시하는 것은 비교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의 개혁은 필수지만 비교대상을 일반과 찾는다면 구태여 공무원을 둘 필요가 없다. 



앵커의 클로징 멘트도 SBS 8시 뉴스가 JTBC 8시 뉴스룸보다 훨씬 좋았다. 세월호 실종자를 진도체육관에서 나가라는 현지 주민(전체를 대표하는지 알 수 없지만)의 항의에 대한 보도에서도 뉴스룸보다 8시 뉴스가 인권과 국가의 역할이란 면에서 본질에 더 근접했다. 애플 신제품에 대한 부정적 보도도 지극히 삼성스러웠다.



또한 누구나 할 수 있고,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한 4대강공사 비판보다 의료민영화와 영리화의 부작용에 대해 다루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개편 이후의 JTBC는 현 정부와 정면 충돌하는 부분은 가급적 피하고 있으며, 이슈 선택의 기준도 인기영합적인 면(시청률이 핵심)이 강해졌다.





JTBC의 시사보도프로그램을 보면 세월호 참사에 집중했던 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현 집권세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세월호 프라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의원의 세비 및 식물국회 운운하는 것은 세월호 피로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리적 모순을 드러내는 이중적 행태다.



시사보도프로그램의 개편에 맞춰 중도보수화를 본격화하고 있는 JTBC의 시사보도프로그램은 종편의 출범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패널 중에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도 없고, 대통령과 여당 비판에는 핵심을 빗겨난 주변부적인 것만 다루고, 그것마저도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에서는 안스러워 보일 정도다. 



향후 2년간 특별한 선거가 없는 것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방송생태계의 균형추 역할을 JTBC 시사보도프로그램의 개편은 진보진영의 몰락을 더욱 부추길 것 같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