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와 증언들을 미루어볼 때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정윤회 문건이 보고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헌데 김 실장은 그 문건을 한 동안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닳고 달은 그로서는 문건의 내용이 말하는 것이 무엇이고,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윤회 문건의 핵심은 정윤회가 뽑아 의원 시절부터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 그녀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의원 시절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박근혜에게 가는 문고리를 쥐고 있으며, 사실상의 소통의 최후 단계로 자리하고 있는 최고 실세들과, 두 번이나 대통령의 가족으로 살아야만 했던 박지만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정체불명의 7인회와의 권력 갈등입니다.





지금까지의 결과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한들, 노회한 김기춘으로서는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권력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 이유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결국 최후의 승자가 대통령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기춘이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보통 끼어들 수 있는 싸움이 있고, 절대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싸움이 있습니다. 정윤회와 박지만의 싸움은 끼어들 수 없는 싸움입니다. 결국 대통령이 암투를 종속시키기 위해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이 떨어진 후에야 김기춘은 움직였을 것입니다. 김기춘의 침묵이 길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정윤회와 박지만의 암투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결정적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질을 주고 명령을 하달했기 때문에 박지만 쪽의 사람들을 청와대에서 쫓아냈지만, 그 과정에서도 김기춘 실장은 권한이 없었거나 적정선의 일만 했을 것입니다.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 대 박지만 회장 간의 불편한 관계는 너무나 오래됐기 때문에 김기춘도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 김기춘 실장의 침묵은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알고 있는 까닭에, 그들의 전횡에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쪽이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이라고 해도 권력의 속성 상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향후 김기춘이 지금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면, 비서실장으로서의 김기춘은 생명을 다했다 봐야 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청와대의 특별감찰로 프레임전환을 시도했듯이, 청와대 내에서의 실질적 권력을 잡았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결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지만,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라고 규정한 이상, 김기춘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어느 권력에나 존재하기 마련인 비선실세나 세도우 권력의 힘에 대해 대통령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입니다. 정치를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무려 20년을 함께 해온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권력이 넘어가 있음은 누구나 알 수 있는데, 대통령은 이것이 너무나 익숙해 문제로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으려 해도, 대통령이 모든 국정을 챙길 수 없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문고리 3인방을 거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함께 한 20년 동안 그들의 권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을 것입니다. 박지만이 ‘피보다 진한 물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니,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믿음이 사태의 본질을 놓치고, 화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등잔 밑에서 벌어지는 새도우 권력의 암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통령은, 또 그 사실을 알고 난 다음의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에게 한결같은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 7인회를 지목한 청와대 특별감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청와대를 떠난 인사들이 거의 대부분 박지만 인맥이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현실이 이러하니 김기춘 실장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며, 결국 그 반대로 생각하면 김기춘 비서실장도 어찌할 수 없는 인물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보입니다. 정윤회 문건이 결코 찌라시가 될 수 없는 이유도 이번 파동 중에 김기춘 실장이 보여준 모습과 최 경위의 자살을 통해 얼마든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의 정윤회 문건 파동은 특검으로 가야하며, 필요하다면 최초의 상설특검을 도입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땅콩 후진, 폭발물 테러 등으로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한 대한민국의 후진성을 최소한의 선에서 봉합하려면 특검 이외에는 별다른 답이 없음을 김기춘의 침묵과 최 경위의 자살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4.12.15 09:29 신고

    이제 조금 있으면 어느 한 사람은 비행기를 타겠지요

    • 늙은도령 2014.12.15 13:04 신고

      외국에 나가서 한 2~3년 후에나 들어오겠지요.
      그래서 계열사를 돌다가 원래의 자리에 돌아오겠지요.
      이를 막기 위해 징벌적 배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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