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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극단적 이분법 보여준 대통령 종북콘서트 언급



청와대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라고 규정하고, 청와대 자체감찰을 통해 정체불명의 7인회를 만들어낸 청와대의 주인,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윤회 문건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대신 통일토크콘서트를 언급하며 종북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자살한 최 경위가 유서를 통해 청와대의 회유에 대해 언급하자, 발 빠르게 이를 부정한 뒤, 이번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프레임 전환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말만 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극우세력과 보수언론, 방송사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입니다. 





특히 대통령은 통일토크콘서트를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종북 콘서트’라고 규정해 또 다른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면서도, 고3 일베의 극우적 폭발물 테러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이 보수세력의 대동단결을 이끌어낼 수단으로 ‘종북 콘서트’를 들고 나온 것 같습니다. 



대통령에게는 30%대로 떨어진 지지율이 문제지, 극우적 이념에 사로잡힌 학생의 폭발물 테러와 희생자는 문제가 아닌가 봅니다. 현직 경찰 신분이고, 법원에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유리한 상황이 된 최 경위가 자살을 선택한 것은 문건 파동 관련자들이 느끼고 있는 압박이 얼마나 거대한지, 우리가 알 수 없는 루트로 권력의 검날이 춤으로 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울 따음입니다. 



유서의 내용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의 회유와 압력 때문에 자살한 최 경위에 대해서도 일체의 언급이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폭발물 테러의 피해자와 문건 유포자로 몰고 가려고 했던 최 경위는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선동세력이지 자신이 지켜야 할 국민들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처럼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사고로 보수 성향의 국민들을 향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 대통령의 이런 화법은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우려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대통령은 최 경위의 자살이 특검의 단초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은 커가기만 합니다.





정윤회와 이재만 비서관이 검찰에 출두한 다음, 박지만 회장까지 검찰에 출석한 날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나왔으니,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정윤회와 박지만을 대질해 둘의 오해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문건 파동을 매듭짓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국민은 모르는 내부조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도 듭니다.



당장 오늘은 JTBC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 내용이 바뀌지 않았지만, 박지만의 검찰 출두에 맞춰 3개의 종편과 2개의 보도채널이 정윤회와 박지만이 서로 오해한 것이 아니냐는 식의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박지만의 아내인 서향희 변호사를 옹호하는 듯한 보도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악의 경우 박지만과 7인회를 희생양으로 몰아갈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정윤회와 박지만이 서로 오해한 것으로 만들어, 극적 화해를 유도하고, 7인회도 오해의 산물이라 선처하는 식으로 문건 유출 파동을 종지부 찍으려는 아닌지 또 다른 의문도 듭니다. 



결국 박지만의 검찰 조사가 끝나고, 최 경위 유서의 내용을 적정선에서 마무리 지으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 문건 유출 파동이 일단락될 수도 있습니다. 박지만과 정윤회 사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겠지만, 검찰 수사는 문건 유출 파동에 관련해서만 매듭을 짓고 나머지(내용의 진위 여부)는 여론의 추이를 살펴볼지도 모릅니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거의 모든 국민이 아파하고 분노했던 세월호 참사도 흐지부지 된 것에서 보듯, 최 경위의 유서를 유야무야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4대강공사는 물론 원전비리와 방산비리도 추가적인 수사 내용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정권의 운명이 걸린 사건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 아닐까요? 



박범계 의원이 제기한 새로운 문건과 JTBC가 단독보도한 최 경위 동료의 청와대 회유 폭로ㅡ청와대의 해명에 따라 문건 파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ㅡ까지, 난처한 상황에 빠진 정치검찰이 수사를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을지, 아니면 갈수록 늘어뜨려 시간의 망각에 넘겨버릴지, 극단적 이분법으로 또 다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대통령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국정조사와 특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