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나 부모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했을 때 부모와 자식은 수십 년이 걸려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자식과 부모의 죽음에 억울함이 있었는지, 그것을 밝히는 것은 부모와 자식된 자의 도리이자, 지극한 사랑과 존경의 표현이다.
그들은 죽음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혹시 모를 진실이 어디엔가 있다면, 부모와 자식은 그곳이 지옥이라도 찾아가기 마련이다. 죽음의 단서를 쥐고 있는 측이 진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고자 한다면, 이들은 열번이고 백번이고 지옥을 찾는다.
<살인의 추억>과 <그놈 목소리>, <다이빙벨> 등의 영화도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인양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던 것도 46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를 위해서 인양한 것이 아니다.
46명의 죽음 앞에 정치적 계산이 아무리 추악하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놓친 침몰 원인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천안함 인양은 무조건 진행돼야 했고, 그렇게 했다. 두 동강난 천안함을 인양할 때 인양비용의 크기를 들먹이는 국민은 없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이 이어졌고, 거기에 드는 비용을 들먹이는 국민은 없었고, 어떤 정치적 계산도 없는 자발적인 노력들이 더해졌다. 46명의 군인ㅡ그들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친구이자 연인이었다ㅡ이 목숨을 잃었는데 진실을 밝히는 비용은 당연히 지불해야 할 우리의 몫이었다.
어떤 죽음은 무려 40~50년 후에도 밝혀진다.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단 한 번뿐인 삶이기에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죽음은 그 원인이 분명할 때 받아들일 수 있고, 힘겹게 승화할 수 있으며, 아픈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세월호도 만차가지다. 진실을 찾는 행위와 노력에 공소시효란 없고, 그것도 304명의 허망한 죽음이 관련돼 있다면 하늘이 두 쪽 나도 밝혀야 한다. 그중에서 250명이 고등학교 2학년이고, 세상의 탐욕과 어른들의 잘못으로 허망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다면 염라대왕을 소환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다. 칠흑처럼 어둡고, 영혼마저 얼려버릴 듯한 냉기 속에 무려 9명의 실종자가 갇혀 있다. 그들은 죽어서도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4월16일 이후 304일이 넘었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세월호 속에 갇혀 있다.
헌데 304명이 이유도 알 수 없이 죽었다. 그것도 모든 국민이 생방송으로 보는 중에,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중에, 언론의 숱한 오보와 정부의 직무유기 속에 너무나 안타깝고 너무나 속절없이 죽었다. 그리고 304일이 더 지났지만 죽음의 진실은 여전히 바다 속에 수장돼 있다.
누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선체가 인양되면 304명이 허망하게 죽어야 했던 이유를 알 수 있고, 실종된 9명의 시신(모두 다 유실됐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9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이라도 거둬들일 수 있다. 304명의 죽음을 왜 막을 수 없었는지 그 이유조차 밝힐 수 없다면 국가가 존재할 이유란 없다.
그것도 진실을 밝히는 작업에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인양이 미뤄지거나, 영원히 인양하지 않는다면 세금을 300조 이상이나 거둘 이유도 없다. 자원외교와 4대강공사에 수십조 원을 쏟아 부으면서, 국민 304명의 죽음에 얽힌 진실조차 밝힐 돈이 없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필자가 내일 집을 나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임을 당했는데 수사할 돈이 없어 그대로 묻힌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것은 이념의 문제도, 진영의 문제도 아니다. 304명의 삶과 죽음에 관한 것이며, 국가가 지켜야 할 국민의 목숨과 안전에 관한 것이다.
대체 이것 말고 다른 무슨 이유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대체 얼마의 국민이 죽어야 그 지랄 같은 돈타령을 하지 않는단 말인가? 죽음의 이유를 알아야 304명의 영혼을 저승으로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대체 국민 한 명의 목숨값은 얼마이며, 진실의 가격은 또 얼마란 말인가?
304명이 죽었다. 300여일이 지난 지금도 저 차가운 바다 속에 9명의 실종자가 정부의 외면 속에, 추가적으로 돈을 투입할 가치가 없다며 버려진 상태로 있다. 대체 이 나라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대한민국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 중 국민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있단 말인가?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다. 현실에선 같이 걸을 수 없었지만 세월호 유족들과 마음으로라도 함께 걸었던 것도 진실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진실을 찾는 데는 어떤 공소시효도 존재하지 않음을 알기에 우리는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눈물을 아껴두는 것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세월호 참사, 해상교통사고라면 인양해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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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이 끝내 인양을 하지 않는다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까봐. 원인이 밝혀지면 박근혜정권이 회복불능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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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령님,
멀리서 새해 인사 드립니다.
올 한해도 도령님의 글로 말씀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깨우는
의미있는 일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구요, 계획하신 일들이 뜻대로 펼쳐지기를 바랄게요.
시작되는 새해 연휴도 잘 보내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꾸벅...
새배돈은 나중에 받겠습니다..(흐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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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딸을 찾아 주세요'라는 기사에
'이제 그만 하자'는 댓글들을 보고 정말 화났습니다.
이거 알고 보면 결국 자신들의 일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지만 우리 정서가 너무 삭막해져 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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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이 게시글의 이미지가 2월 16일자 티스토리 앱 카테고리 배경이미지로 소개되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과 사진으로 활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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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찾는데 공소시효를 두면 안되겠죠!
이 정권에서 거부한다면 다음 정권에서라도 반드시
진실규명 책임자 완전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시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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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보 2015.02.21 00:44
그날아침을 떠올리면 지금도 안타까울뿐입니다ᆢ반드시 진실이 밝혀져 그들의 넋이라도 위로해 줄수있길 바라며 절대 잊지않고 유가족을 응원하겠습니다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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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 2015.02.21 00:58
공감능력 부족의 세상...
그만하라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같은 비극을 겪어보라는 저주를 퍼붓고 싶네요.
과연 자기의 가족이 그런 일을 겪고도 그만하라는 말이 나올지.
어쩌자고 세상 인심이 이런지 그저 답답하기만할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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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갑들 하네 2015.02.21 08:13
그래 인양해 원하는 새끼들끼리 돈 모아서..
참 웃기는 새끼들이네...
교통사고마다 이지랄 떨어봐라 나라 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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