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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초심을 잃어버린 JTBC 보도부문의 보수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던, JTBC 보도부분의 중앙일보화(중도우파화)는 뉴스룸의 첫 번째 꼭지를 빼면 거의 고착화됐다. 문재인과 친노(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겠지만)가 주류로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깎아내리는 작업은 5시정치부회를 통해 지겨울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손학규 띄우기처럼 문재인을 흔들 수 있는 모든 것을 야당 발제는 물론 청와대, 국회, 여당 발제에서도 반드시 언급한다.

 

 

 

 

 

 

5시정치부회의 이전의 두 시사프로그램은 언급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렸다. 정치적으로는 우파의 영역에 들어섰고, 시청률에 급급해 선정적인 사건만 다루는 등 JTBC 보도본부의 우경화는 중앙일보와 별반 다를 것을 찾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정치적 연성화가 아니라 중도의 보수화를 조금씩 이끌고 있다. JTBC 보도부분에서 제1야당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뉴스룸에서 유승민 인터뷰를 상당 시간 배정하는 등 유승민 띄우기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손학규와 유승민 띄우기는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중도의 우파화에 막대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늘 국정화 반대와 시민 불복종 운동을 촉구하는 문재인 대표의 대국민담화가 5시정치부회의에서 다루어진 것이 생경할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필자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문재인을 비롯해 야당의 주류들이 JTBC 보도부문에 출현하는 것은 중부지방이 겪고 있는 가뭄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희박하다. 뉴스룸에서조차 이런 현상은 고착화됐다. 병적일 정도로 중립을 선호하는 손석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지만, 첫 꼭지 이후의 보도들이 사건·사고로 채워지는 것에서 뉴스룸의 연성화와 선정화도 다른 종편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물론 KF-X 사업처럼 특별한 사안이 있을 경우 두세 번째 꼭지까지 정치뉴스와 정부 비판이 이어지지만 이런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다룬 꼭지에서조차 문재인은 배제되거나 축소되기 일쑤며,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JTBC의 편파성은 야당의 분열에 일조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분열을 촉진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잦은 변경으로 시청률에 급급해하는 모습은 뉴스룸의 가치를 추락시키고 있다. 손석희가 재판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손석희가 JTBC 보도부분의 전부가 되어서도 안 되며, 만일 그렇다면 박근혜가 보수우파를 독점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JTBC 뉴스룸은 진실만을 보도하겠다고 했지만, 진실은 가치체계(정치에서는 정치철학과 이념을 말한다)를 거친 사실에 주어지는 것이지 중립적인 보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JTBC를 다른 종편과 비교해서 상대적 우위를 강조한다면 이는 눈꼽만한 가치도 없는 일이다. TV조선, 채널A, MBN은 쓰레기지 비교 대상이 되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 필자는 뉴스룸보다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한겨례, 경향 등에 더 많이 의존한다. 뉴스룸의 첫 번째 꼭지는 반드시 챙기지만 그외의 것은 거의 보지 않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미친 짓은 전 세계 언론이 비판하고 조롱하기 때문에 구태여 한국 뉴스를 보지 않아도 된다.

 

 

JTBC 보도부문의 차별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한국의 방송생태계가 완전히 망겨졌음을 뜻한다. 국정교과서 국정화라는 것이 깨놓고 극우 독재를 하겠다는 이념 전쟁임에도 독재자의 딸에 맞선 이대화대 여학생들의 용기 있는 행동 이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도 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여당은 안다, 세월호참사도 넘겼는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재인이 제안한 시민불복종 운동만이 극우 독재의 출현을 막을 수 있음에도 방송들은 벌써 국정화의 출구전략에 전력하고 있다. 잠시 후 방송될 뉴스룸에서 문재인의 대국민담화가 어떻게 다루어질지, 얼마의 시간을 할애할지, 어떤  물타기가 이루어질지 지켜볼 생각이다. 지금 박근혜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면 다음이란 없다. 초심을 완전히 잃어버린 JTBC 보도부문의 대오각성을 요구하며.  

 

 

 

 

P.S. 문재인이 뉴스룸에 나온 것은 어떤 방송도 그에게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고 비판하는 손석희나 뉴스룸, JTBC의 변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것은 양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다. 필자의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야당 대표가 이런 선택밖에 할 수 없는 방송생태계의 몰락이다. 독재시대에는 이런 것을 감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빈곤의 대가로 받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정착된 듯한 착각 때문에 방송의 위선을 대놓고 비판하기도 힘들다.

 

 

이런 현실을 악용해 언론의 역할을 내던져버린 지상파3사의 타락이 JTBC 보도부문을 과대포장하고 손석희를 우상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이 뉴스룸 외에는 출현할 만한 방송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며, 노무현이 환생해도 돌파구를 찾기 힘든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독재의 시절에는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맨앞에 섰지만, 지금은 촛불소녀 같은 여학생의 일부와 지리멸렬해진 노동자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본의 노예는 늘었을지언정 자유의 투사는 줄어들었다.

 

 

제1야당의 대표, 문재인의 대국민담화를 지상파3사가 방송을 거부하고, 종편에 출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남자 대학생의 멸종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그나마 헬조선을 외치는 청춘에게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도 있지만, 화장을 해야 집을 나설 수 있는 남학생에게서는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다. 시대가 변했다고 얘기하지 마라, 세상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