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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워드

우영워드 ㅡ 뜻밖의 서류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이런, 벌써 눈치 챘어? 허, 이렇게 허무할 데가? 자넨 그게 문제야. 너무 똑똑해. 재미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고. 내 제자였으면 전 과목을 F로 도배해버릴 텐데?” “제가 자퇴하고 말지요. 돌리지 말고 말씀해주십시오.” “허, 성미까지 급한 것 하고는? 알았어, 내 말하지. 자네가 나보다 몇 백배는 더 생각하겠지만, 내부인으로서 요즘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퇴행적 언론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재영은 자신이 3년 전부터 준비한 필생의 목표에 대해 성수가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말하자 말까지 더듬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언론 환경이라니?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매스 미디어에 관한 것임을 예상했지만 하필이면 언론 환경이란 .. 더보기
우영워드 ㅡ 성수와 재영의 대화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자네도 그런 처지인가? 이거 동병상련의 동지네? 그렇다면 조금이 아니라 자세히 말해줘야겠네? 앞서 자네가 말했듯이, 세계적 차원의 금융위기를 넘기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댔지만 그건 실물위기로의 전위를 조금 늦췄을 뿐이야. 금융위기로 증발한 수십 조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인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하위층의 지갑을 털어서 만회하는 자본주의 특유의 방식과 어차피 강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철석같이 달라붙어 저항하고 있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후유증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이라는 걸 입증해주고 있어. 게다가 WTO와 IMF와 함께, 신자유주의의 3대 첨병 중 하나인 세계은행 총재의 고백처럼 이 위기가 어디까지 .. 더보기
우영워드 ㅡ 의외의 자료 김경렬 화백의 홈에피지에서 인용 재영은 ‘우영워드’의 가상서버에 나타난 숫자가 100을 넘기는 순간을, 온몸을 뚫고 가는 전율에 앉은 자리에서 가상스크린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 듯 앞으로 내민 순간의 짜릿함을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했다. 형의 계획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우영워드’ 사용자가 100명을 넘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영워드’의 가상데이터센터가 작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를 의미하며 아울러 불멸의 생명을 이어갈 에너지의 축적이 비로소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가상데이터센터를 움직일 에너지가 축적됐다는 것은 에너지 사용에 따라 증가하는 엔트로피를 이용해 ‘우영워드’가 스스로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진화의 첫 단계에 들어섰다는 선언이었다. 이는 서로 협력하며 .. 더보기
우영워드 ㅡ 꿈의 인공지능 검색엔진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형의 노트북을 찾았다. 그는 형이 누운 상태에서 한 자 한 자 사력을 다해 작성한 파일들을 노트북에서 찾아 밤낮으로 읽고 또 읽었다. 회사에 10일 간의 휴가를 낸 상태라 재영은 업무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았다. 육체적인 피로는 혼자라는 사실에 압도돼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라면이나 햇반, 물, 동료들이 사놓고 간 과일이나 과자 등으로 겨우겨우 때우는 공복은 지랄 맡기가 쥐새끼 같아서 아예 무시해버렸다. 이런 식으로 정신에 모든 힘을 집중할 때면 에너지가 육체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기 일쑤여서 뜻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되기 마련이지만 재영은 형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악착같이 버텼다. ‘형, 이 정도일지는 몰랐어. 아니, 아인슈타인이 환생한다 해도 이만큼은 못할 거야.’ 재영은 .. 더보기
우영워드 ㅡ 거대 언론 지배를 꿈꾸다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늘 경계에 있었어. 이제는 선을 넘을 수 있을까? 간절하게 바라면 변화는 가능한 것일까?’ 잠시 상념에 빠졌던 재영은 형의 방으로 건너가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는 형을 살펴봤다. 그는 뼈만 앙상한 채 온몸에 온갖 의료장비를 달고 있는 형을 보는 일이란 언제나 가슴 먹먹한 아픔이었고, 한 인간에 대한 존재의 가치와 실존의 처절함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자 그 자체로 너무나 힘겨운 삶에의 투쟁이었다. ‘형은 어때? 간절히 원하면 형이 꿈꾸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이루어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순간순간이 생존에의 투쟁인 형의 고통이 최소한의 결실이라도 맺을까?’ 재영은 천형의 불치병이 가져다 준 그 끝 모를 고통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 형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한없이 안타까웠.. 더보기
우영워드 ㅡ 로렌스적 경험 반란에는 휴식처란 있을 수 없고 환희의 배당도 지불되지 않는다. ㅡ T.E.로렌스의 『지혜의 일곱 기둥』 중에서 어쩌면 나는 깨어나지 않는 잠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 작용이 죽음과 같아서, 영원히 빛과 어둠 사이 갇힌다 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나에게 묻고, 내가 설명하고 그것과 투쟁하는, 숱한 몽상가들이 꿈꿨던 그 지겨운 쳇바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리석게도 이성의 힘을 믿었기에 물질의 과잉 속에서도 투명한 질서와 자율이 있으리라 믿었다. 탐욕의 자본주의 하에서 이성의 가치와 정의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는 고투를 마다할 수 없었지만, 그 끝에는 관대한 희망이 있으리라 믿었다. 그렇다, 나는 어쩌면 로렌스가 그러했듯 밤에 꿔야 했던 꿈을 낮에 꿨는지도 모른다. 밤에 꾸는 꿈은 아침에 일.. 더보기
우영워드 ㅡ 슈퍼스타의 그늘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동철과 재영이 2차를 하고 있을 때, 유리는 자신만의 성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며 감시하는 매니저도 돌아갔다. 친 여동생 같은 코디, 소영도 이층에 있는 그녀의 방으로 올라갔다. 유리는 잠시 하루의 일정을 되돌아봤다. 동철과의 만남은 언제나 삶의 갈증을 풀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다. 처음 본 재영이라는 기자도 느낌과 인상이 그녀의 맘에 들었다. 재영을 놀리기 위해 동철과 꾸민 연극도 성공적이었다. 요즘 들어 좀처럼 갖기 힘든 즐거운 시간이었다. ‘언제부터였지?’ 유리는 동철과의 만남조차 스쳐가는 소풍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스크린에서만 생생한,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것처럼 변해버렸다. 몇 시간도, 운이 좋으면 며칠 정도 그런 기분.. 더보기
우영워드 ㅡ 소셜테이너와 슈퍼스타5 동철이 ‘니뫼러의 고백’을 고백성사 하듯 암송했다. 거대 언론이 현재 권력과 자본에 밀착했을 때 나타나는 전체주의적 성향에 대해 일격을 가하려는 재영이 절대 모를 수 없는 글이었다. “‘처음에 저항하라(Principiis obsta)’ 그리고 ‘결말을 생각하라(Finem respice).’ 니뫼러가 제시한 두 개의 원칙이 그 참혹한 경험에서 나왔죠.” “그런가요? 하지만 사후약방문 아닌가요? 히틀러는 투표로 권좌에 올랐잖아요? 법에 의한 통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그가 아닌가요? 모든 독일인이 그를 선택하진 않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될 때까지 뭐하고 있었답니까? 아무튼 자기변명처럼 들리네요.” “맞아요, 사후약방문이고 변명이 맞아요. 니뫼러처럼 저항정신이 투철한 사람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깨달으니 참, .. 더보기
우영워드 ㅡ 소셜테이너와 슈퍼스타4 사실 인간은 안경을 통해 육체적 한계를 물질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현미경의 발견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인 유전자나 세포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신체 자체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 산업적 이해가 더해지자 인간은 성형수술을 통해서라도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반영하는 ‘몸에 갇힌 사람들’로 변형되어 갔다. 신자유주의적인 거래와 관계를 위해 유리한 몸을 전해주지 못한 부모들은 성형수술과 피부 관리, 치아교정, 다리 교정 수술에 들어가는 돈이라도 물려주지 못하면 무능력한 부모로 낙인찍히거나 죄인처럼 취급되기에 이르렀다. 화장은 아무리 많이 해도 결국은 드러나기 마련이니, 부모가 제공해야 할 기본사양에도 들지 못한다. 요즘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 자신의.. 더보기
우영워드 ㅡ 소셜테이너와 슈퍼스타 3 ‘동철이 나서겠지? 유리에게 뭔가 물어볼 거야.’ 아니나 다를까, 동철이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야, 요즘 공개 오디션 프로가 대세를 이루는 건 어떻게 생각해?” “재미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그렇다고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까지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을 필요까지 있을까? 각종 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개별 방송국 직원을 뽑는데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게 정당한 것일까?” “맞아! 그건 좀 너무 해. 나처럼 MC 자질이 뛰어난 사람도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니까! 오빠 말처럼 그런 아나운서들이 뉴스를 진행하면 믿음이 가지 않더라. 도대체 왜들 그러는지 몰라? 단지 싸다는 이유로 그들을 오락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건 자충수 아니야? 방송국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그렇게까.. 더보기
우영워드 ㅡ 소셜테이너와 슈퍼스타 2 “그렇죠? 제 말이 맞죠? 호호호. 동철 오빠가 얼마나 음흉한지 기자님은 모르실 거예요?” “야 그러면, 책을 권한 재영씨도 나처럼 음흉하다는 얘기잖아? 두 남자를 한 방에 보내는구먼.” “일타쌍피야!” “아이고, 유구무언이올시다. 헌데 듣고 보니 니 말도 일리는 있네. 그나저나 재영씨, 『거대한 전환』은 다 읽지 못했습니다. 시간을 갖고 집중해서 읽어야 할 책 같아서.” 재영은 유리와 동철의 주고받음이 마치 잘 짜진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럴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것이 아닌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누가 뭐래도 그녀는 한국 최고의 슈퍼스타고 동철은 최고의 MC가 아닌가. 20세기의 정치ㆍ경제학 서적 중 가장 아름다운 어휘를 사용해 가장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준 『거대한 전환』이라 해도 조금 늦.. 더보기
우영워드 ㅡ 소셜테이너와 슈퍼스타 자신의 승산을 과대평가할 경우 전통적인 노동시장에 속한 사람들 중 자신의 생산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승자독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의 숫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반적인 비용편익분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자신의 성공률을 정확하게 평가할 때조차도 사람들은 무모할 정도로 많이 승자독식시장에 뛰어든다...경쟁자가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이미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이 승리할 확률은 줄어든다. 이런 제로섬적인 측면 때문에 승자독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전통적인 시장에서 생산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줄어든다. ㅡ 로버트 프랭크 · 필립 쿡의 『승자독식사회』 중에서 재영의 예상과는 달리 동철의 옆에 한 명의 여자 연예인이 앉아 있었다. 술 때문인지 발그레한 볼과 .. 더보기
우영워드 ㅡ 소셜테이너, 동철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득! 책상 위에 놓아둔 갤럭시2가 빛을 뿜어내며 자지러졌다. 연신 수증기를 뿜어내던 커피포트의 스위치도 약속이나 한 듯이 탈칵하며 떨어졌다. 그것들에 의해 다시 현실로 돌아온 재영은 머그잔에 끓은 물을 따른 후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걸어가는 동안에도 『미디어 이해』에서 읽은 문구를 떠올렸다. 기술의 영향력은 의견이나 개념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향력은 인식의 방식을 꾸준히, 아무런 저항 없이 바꾸어놓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일상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정보사회에서 TV와 컴퓨터, 휴대기기 없이 누군가와 소통하는 일이란 생각하기 힘들다. 첨단 전자기술의 총화인 미디어의 힘이란 그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더보기
우영워드 ㅡ 미디어는 메시지다 3 재영은 이렇게 해서 취재기획안을 통과시키는데 가장 강력한 힘이 될 X라는 정보원을 확보하게 됐다(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이 사회에 진정한 영웅이 있다면, 죽음보다도 더 질긴 압박과 회유, 정치 검찰에 의한 수사와 고발 및 이해당사자들이 가할 수도 있는 살해위협까지 버텨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그런 압도적인 위협이 가해지면 육체란 초라해지고 죽음은 충분히 선택 가능한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거기에는 평범한 개인과 전임 대통령이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X가 제공한 제보 내용을 취재기획안에 올리지 않았지만, 재영은 이번의 제보와 뒤에 이어질 폭로내용들을 통해 불가능해 보였던 취재기획안의 승인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나라에서 내부고발자란 조직의 배신자일 뿐이지 공.. 더보기
우영워드 ㅡ 인사이더1 재영은 유선전화로 짧게 통화한 X를 만나기 위해 세 번이나 장소를 바꿔야 했다. S신문사의 내부문제를 고발하겠다는 X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만남을 두 번이나 번복했기 때문이다. 재영은 X를 설득하느라 도로 위에서 1시간 반 이상을 서성거려야 했다. 재영은 그 과정이 마치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insider〉를 연상케 했다. 1996년 묘국의 CBS 방송사는 시사프로그램 에서 묘국 3대 담배회사의 하나였던 브라운&윌리엄슨의 개발자이자 부사장으로 재직한 적이 있던 제프리 위건드가 회사가 저지른 불법행위(매출을 늘리려고 담배에 암모니아 화합물을 넣어 흡연자의 중독성을 강화시켰음)에 대한 의회 증언에서 회사 임원들이 허위증원을 했다는 리포트를 했는데, 방송사 경영진이 방송 시작 직전에 프로그램 방영을 취소시.. 더보기
우영워드 ㅡ 미디어는 메시지다 2 재영은 언론의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파괴적인 결과에 대해 예언적 문구와 선험적 경고, 음모론적인 질문을 동원해 문제의 취재기획안을 마무리 지었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찼던 초기의 문구에 비하면 그나마 경험과 세월의 풍화작용을 통해 많이 다듬어지고 순해진 문구였지만 휘발성만큼은 여전했다. 그 때문에 지난 3년 동안의 준비기간 중에서 기획취재안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높이려는 최근의 6개월의 노력은 한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피 말리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연이어 터지는 대형사건이 주는 과다한 업무량과 시시각각 변하는 대중의 관심과 비정상적인 조직의 변화가 초래한 상황은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신자유주의적 가치에 사로잡힌 대가치고는..’ 재영은 거대한 전환기를 맞아서도 역사적 퇴행을 멈.. 더보기
우영워드 ㅡ 미디어는 메시지다1 다다다다다다다다! 일정한 속도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100여 개의 책상이 놓여 진 수백 평의 공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윽고 벽과 창문에 부딪친 소리는 미세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 파장은 형광등이 방출한 창백한 빛과 어우러져 지옥에서 흘러나온 사자(死者)의 곡성처럼 섬뜩하게 울렸다. 가끔씩 속도가 줄어들거나 어쩔 때는 멈추기도 하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이어지다가 1분 전부터 완전히 멈췄다. 그렇게 수백 평에 이르는 공간이 다시 정적 속으로 빠져 들어갈 때쯤, 평정을 찾아가던 공기를 연속적으로 뒤흔들었다. 다다다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다다다! 규칙적인 소리가 다시 한 곳에서 시작돼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소리들은 앞서 출발한 소리의 반향과 섞이거나 예외 없.. 더보기
우영워도 ㅡ 재우와 수경의 꿈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정수면 1단계에서 4단계로 점진적으로 넘어가다가, 또 다른 변환기가 켜진 듯이 갑자기 새로운 상태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느린 뇌파는 사라지고 각성상태처럼 빠른 뇌파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근육 긴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깊게 잠들어 있다. 이러한 상태 때문에 ‘역설수면’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근육은 꼼짝 않고 잠들어 있건만 뇌는 깨어 있는 것이다. ㅡ 장 디디에 벵상의 『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 중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소용돌이가 마침내 10의 32승에 이르는 온도를 넘는 순간 수없는 차원으로 뒤엉켜 있던 입자와 반입자들이 폭발하고 말았다.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 동안 쌓이고 쌓였던 무한히 응축된 에너.. 더보기
우영워드 ㅡ 수경의 결심 5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오늘 난 오빠를 내 삶에서 단 한 번뿐인 사랑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사랑? 사랑? 사랑!’ 재우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듯 맹렬하게 달려드는 심장과 기타 등등의 모든 것들을 두 눈에 담아 수경을 향해 일거에 발사했다. 슈퍼맨처럼 재우의 눈에서 발사된 빛이 너무나 강렬해 수경은 지난 24년 동안 자신을 가둬둔 칠흑 같은 어둠이 일거에 걷혀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오랫동안 쌓여서 견고해질 대로 견고해진 거대한 어둠이 그 순간만큼은 온통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것 같았다. 자신에 대한 재우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새삼 깨달은 수경은 울컥하는 마음에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했다. 가슴은 격하게 떨렸고 말은 나오지 않았으며 호흡은 갈수록 가빠졌다. ‘안 돼! 감정.. 더보기
우영워드 ㅡ 수경의 결심4 김경렬 확백이 홈페이지에서 인용 “나는 이제 디지털 세상을 정의로운 공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에너지 불균형의 결과인 내 지적 능력을 최대한 쏟아 부어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려 한다. 내가 만들려는 프로그램에는 우주와 생명 탄생의 원리가 녹아들 것이며 인간 두뇌의 위대함을 재현해낼 것이다. 따라서 신의 존재에 대한 파스칼의 내기처럼 어리석어도 안 되며, 전 세계에 바벨탑 같은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야만 제대로 돌아가는 사이비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되어서도 안 된다. 세상의 모든 프로그래머도, 궁극적으로 어떤 과학자도 만들지 못할 유일한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이 세상에 나 같은 존재가 없고, 앞으로도 없어야 하기에 내가 세상을 등진다 해도 단 하나의 프로그램은 돌아가야 .. 더보기
우영워드 ㅡ 수경의 결심3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오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야 해. 내가 어떤 말을 하던 간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알았지 오빠?” 수경이 불길한 변화를 증명하기 위한 멍석부터 깔아놓았다. 재우는 정말로 터질 듯이 박동하는 심장의 압박에 뇌의 울렁거림마저도 멈춰버리는 것 같았다. 만일 죽기 직전의 두려움이 이런 것이라면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극도의 두려움에 빠지면 모든 정신과 영혼마저 마비시켜버린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재우는 생각까지도 완벽한 진공 상태에 빠져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진공상태의 양자가 에너지 없이도 요동친다는 것이 바로 지금의 자신과 완벽히 똑같을 터였다. “오빠 난 지난 3년이 꿈만 같았어.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매 순간이 행복 .. 더보기
우영워드 ㅡ 수경의 결심2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수경은 창문을 관통한 햇볕이 여전히 따스했기 때문에 재우 오빠에게 주어진 에너지의 불균형이 결코 가혹하지 않은 것인 양, 신은 오빠의 얼굴에 자신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있을 것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이승의 생명에 대한 소유권을 자신이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엄혹한 상황에서도 태양은 빛나야 하고 바람은 불어야 하며 꽃은 피어야 하고 나무는 무성해야 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신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신은 자신의 영광을 찬양받기 위해서 자연을 만들고도 인간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소아병적 환자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수경은 몇 날을 고민한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가능하면 오늘 그것을 실행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깊은 잠에 .. 더보기
우영워드 ㅡ 수경의 결심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길을 가던 순례자들은 이곳에 돌탑을 세웠다......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 탑 위에 돌 하나를 더 얹어놓곤 했다. 어떤 특별한 이유나 알려진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남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이고 그 중 누군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T. E. 로렌스의 『지혜의 일곱기둥』 중에서 제법 서늘한 기운이 스미어 나오는 창문을 열었다. 이때쯤이면 초가을 저녁 어스름이 도시를 떠도는 온갖 욕망들 위로 작열했을 열기를 서선 너머로 밀어냈고 있으리라. 바람 속에 깃들어 다가와서는 얼굴을 간질이는 노을을 떠올려봤지만 그 색체는 끝내 시신경 어디에도 담아낼 수 없었다. 몇 개의 단어의 조합으로 인식되는 색체란 태초의 순간부터 불었을 바람과 첫날의 열.. 더보기
우영워드 ㅡ 모든 것의 시작7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사랑의 격정이란 3년이 최장의 유효기간이라 하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첫날의 떨림이 조금도 줄지 않았다. 물론 익숙해진 부분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매일 매일이 죽음을 향한 단거리 경주 같은 나에게 수경이 가져다준 기쁨이란 절대 줄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의외로 에너지의 양이 늘어났고 정말 열심히 먹고 또 먹었다. 그 덕분에 나는 동생의 염원과 헌신이 수경의 헌신과 심성으로 이어져 세상 어느 누구도 만들어낼 수 없는 무적의 프로그램을 거의 다 완성했다. 아직 가장 힘겨운 장벽인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 틈새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가장 중요한 가상 데이터센터의 메인 알고리즘을 아직 완성하지.. 더보기
우영워드 ㅡ 모든 것의 시작 6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으응? 어, 어, 누구세요? 죽음 같은 잠에서 겨우 깨어난 희멀건 한 내 눈동자에 들어온 얼굴이란 것이 방금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니면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곳이 천국인지도 몰랐다. 지난밤의 동생과 나눈 대화 때문에 모든 에너지가 고갈돼 잠든 상태에서 이승을 떠나 별로 죄 지은 것이 없는 관계로 천국에 직행했을 지도 몰랐다. 차라리 그랬으면 나...만 좋았고 동생은 무척 슬펐겠지만 어쨌든 나를 부르는 아스라한 소리에 겨우겨우 깨어나 가까스로 눈을 떴는데, 뒤로는 투명할 정도로 푸르른 하늘과 햇살을 배경으로 살며시 눈을 감은 채, 그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미소를 띤 천사가 더없이 달콤한 음성으로 내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깨에서 느.. 더보기
우영워드 ㅡ 모든 것의 시작 5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삶의 희열에 빠져, 세포 하나하나마다 전달되는 에너지가 너무 충만해서 사정없이 떨리고 절제되지 음성으로 물었다. 명경지수처럼 잔잔했던 마음의 수면에 거대한 격랑이 일었고 그 파문은 공간을 건너뛰어 바다와 하늘에까지 이르러 천상의 음악처럼 넘실거렸다. 그 위로 날아다니는 것이 새인지 구름인지 천사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프로그램이던 간에 동생이 원하는 그 이상으로 만들어 내리라. 나는 처음 내 힘으로 일어서 문밖으로 나서는 아이처럼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동생의 답을 기다렸다. “형,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은 수천 년간 형성돼 그 무엇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해진 이 세상의 지배 시스템을 일거에 .. 더보기
우영워드 ㅡ 모든 것의 시작 4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하나의 프로그램.” “하나의 프로그램?” “응, 하나의 프로그램. 너무나 완벽해 그 어떤 것도 상대가 되지 않는, 그런 단 하나의 프로그램!” 동생이 단호하게 말했다. 잠시 나의 반응을 기다리던 동생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달아오른 나의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서둘러 호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펴기 쉽게 접은 세 장의 A4용지였다. 동생은 내 눈앞에 그 용지를 펼쳐보였다. 동생은 점점 시력이 떨어지는 내 상태를 고려해 문자 크기를 13 정도로 한 것 같았다. “형, 먼저 이것을 읽어봐.” 나는 동생이 펼친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을 차례로 읽어나갔다. 「디지털 묵시록」이란 제목 하에 적혀 있는 내용이란 디지털 세계에 대한 암울하기 짝이 없는 그의 생각이었다. 특.. 더보기
우영워드 ㅡ 모든 것의 시작 3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체념은 항상 인간에게 힘과 새로운 희망의 샘이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오히려 그것을 기초로 삼아 자신의 이승에서의 삶의 의미를 쌓아 올리는 법을 배웠다. 인간은 자신의 영혼은 언젠가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 하지만 죽음보다 더 끔직한 상태가 존재한다는 진리 앞에서 스스로를 체념했고, 그러한 진리를 자신의 자유의 기초로 삼은 것이다. (중략) 이렇게 가장 밑바닥의 체념을 받아들이게 되면 다시 새로운 생명이 솟구치게 된다. (중략) 이제 인간의 자신의 모든 동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풍족한 자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인간이 그러한 스스로의 과제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권력이나 계획과 같은 것들을 도구로 삼아 자유를 건설하려.. 더보기
우영워드 ㅡ 모든 것의 역사 2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반면에 뇌를 사용할 때는 육체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들까지 무한정으로 차용할 수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엔트로피는 단기적 피로나 장기적 무기력으로 육체에 전가되는 것도 모자라 중간에 새지도 않아 모조리 축적되는 꿈의 효율을 실현해냈다. 그에 따라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신경과 근육의 반응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이건 마치 두뇌를 발전시키기 위해 그 밖의 모든 것들을 희생시키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뇌를 사용할 때 평균적으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이른바 뇌마저도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튜닝이 되가는 것이었다. 이런 불가사의한 현상 덕분에 나는 20세를 넘어서면서 내가 접할 .. 더보기
우영워드 ㅡ 모든 것의 시작 1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히브리인 예수는 선과 정의감에 대한 증오, 히브리인의 눈물과 슬픔을 알고 있을 뿐이었는데, 어느새 죽음의 동경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그가 만약 선과 정의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에 남아 있었다면 아마도 그도 사는 것을 배워 대지를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웃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ㅡ 리드리히 빌헬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하늘 아래 유일한 것은 “우주의 에너지 총합은 일정하며 에너지를 사용하면 엔트로피 총량, 즉 무질서도는 계속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뿐이다. 아인슈타인도 인정했듯이, 부분적으로 닫힌 세계인 지구에서 이 두 가지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에너지는 입자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