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만이 아니라 전통의 철학에서도 중도라는 것은 없습니다. 도라는 것은 우주와 세상, 삶에 대한 지극한 깨달음인데 어떻게 중간에 위치하는 깨달음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서양과 동양의 어떤 철학에도 중간지대의 깨달음이란 것은 없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온 이후로 중간이라는 시공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밝혀졌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위대한 철학자나 성인의 반열에 오른 분들이 중용과 중도를 철저하게 구분한 것도 양비론의 위험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제거하는 명분을 위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 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라는 <하여가>를 읊은 것도, 어느 쪽에서든 이익만 취하면 그만인 것 아니냐는 양비론의 전형입니다. 



장자가 <변무편>에서 "물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길게 이어주면 괴로움이 따르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짧게 잘라 주면 슬픔이 따른다"고 말한 것도, <안간세편>에서 "사람들은 모두 쓸모 있음의 쓰임은 알지만, 쓸모없음의 쓰임은 알지 못한다"다고 말한 것도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자들의 어리석음을 질타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중용(中庸)의 '용'이 '쓴다'라는 뜻임에도 이것을 중도로 포장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행태를 숨기기 위함입니다. 



플라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면 자신보다 못한 자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한 것도, 단테가 《신곡》에서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에게 예약돼 있다'고 말한 것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참사 같은 고통 앞에 중립을 취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도 중용을 중도로 호도한 채 양쪽에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양비론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지심리학의 대가였던 레이코프가 정치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깨달은 뒤, 인지심리학을 정치철학에 적용해 중도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중개념'를 제시한 것도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양비론이 신자유주의의 본질인 자유방임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바우만이 《모두스 비벤디에서 가진 자들의 이익을 무한대로 허용하고 지켜주기 위해 가지지 못한 자들을 생존선 이하로 추방하고 배제하는 제한된 기획으로서의 민주주의를 비판한 것도 양비론의 폐해가 극단에 이른 것이 신자유주의이기 때문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경찰이 학생을 연행하려면 처음에는 자신을, 다음에는 신부들을, 그 다음에는 수녀들을 넘어야 한다고' 했던 것도, 김대중 대통령이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해서라도 행동하는 양심에 따르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말했던 것도 승자의 편에 서서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양비론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동서고금의 위대한 철학자와 정치인들 중에 중도로 포장되기 일쑤인 양비론의 위험을 비판한 말들은 이것 말고도 수없이 많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명제와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라는 명제를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라는 명제와 동일시하면 이승만과 이명박도, 박정희와 박근혜도 비판할 수 없습니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써라'라는 속담도 '개만 개처럼 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수단이 결과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불과합니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불의하게 모은 재산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끝없는 보복과 제거의 악순환만 양산할 뿐입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새누리당스러운 짓도 서슴지 않겠다면 그 순간부터 새누리당의 일원이 되는 것이며, 김종인과 박영선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자리를 꿰차도 상관없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극우의 철학이고 논리이지, '자유와 평등, 관용과 박애, 상생과 공존'이라는 민주주의와 진보의 철학과 논리가 아닙니다. 셀프공천을 확인하고도 여전히 총선 승리만 외치는 자들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습니다. 



친일부역자들이 멸공과 친미라는 가면을 쓴 채 이 땅의 특권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언제나 승자의 편에 서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양비론의 기회주의적 처신의 결과였습니다. 소외된 분들을 위해 마련된 비례대표의 목적도 무시한 채 엘리트주의자(교수)로 가득 채워, 제도 자체를 능멸한 '셀프공천'이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자 이번에는 김대중을 부관참시하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78세의 나이에도 자신이 무슨 정치의 신인양, 더민주의 유일한 구세주인양 저주를 퍼부어대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극단적인 행태만 반복했던 박영선과 이종걸처럼 당무를 거부한 오만방자한 행태에도 김종인을 밀어줘야 한다는 그의 추종자들이 더민주를 내부에서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총선을 관리하라고 영입된 자임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말을 바꾸었고, 이제는 노골적으로 대권욕까지 드러냈습니다. 



가히 굴러온 돌이 박힌돌 모두를 빼버리는 형국입니다. 김종인과 박영선, 홍창선 등처럼 권력욕에 눈먼 꼰대들 때문에 미래의 주역들이 기도 펴지 못하는 더민주는 이제 회생불능에 빠져버렸습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괜찮다는 가장 반민주적이고 새누리당스러운 결과지상주의의 광기 때문에.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면 언제나 승자의 편에 서십시오. 그러면 그들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이나 부스러기는 받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붕붕이 2016.03.21 06:59

    잘 보았습니다

    • 늙은도령 2016.03.21 07:03 신고

      쓸 것이 수없이 나오는데 일일이 할 수 없네요.
      일인방송국의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것인지?
      글로 쓰랴니 자료와 보도 기사 검핵 등을 찾는 작업이 정말 힘드네요.
      이러다간 쓰러지는 것 아닌지 걱정입니다.

  2. 耽讀 2016.03.21 08:22 신고

    오늘 중앙위에서 결판내야 합니다.
    병신년 더민주 오적들 끝장내지 않으면 더민주 80석도 힘듭니다.
    그럼 문재인도 끝나는 것이지요. 더민주 역시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시민이 양비진샘에서 혁명적 패배주의를 통해 야권이 완전 붕괴하고 새판을 짜야 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6.03.21 16:37 신고

      저는 끝났다고 봅니다.
      더민주는 회생불능상태에 빠졌습니다.
      김종인이 들어온지 한 달 남지 동안 모든 것이 붕괴됐습니다.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도 힘들어집니다.

  3. 참교육 2016.03.21 09:14 신고

    도대체 김종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당의 운명을 맡겨놓은 지도부도 이해가 안 되고요.

    • 늙은도령 2016.03.21 16:40 신고

      제가 박정희 새대의 주력들과 일한 적이 잇다고 햇지요.
      그때 김종인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문재인의 선택을 믿었기에 최대한 참았는데 불과 한 달 남짓한 시간만에 모든 것을 망쳐놓았습니다.

  4. 김갑수 2016.03.21 14:17

    김종인의 셀프공천에 대해서는
    문재인이 제안한 것이라는 2016년 1월 14일짜 SBS 보도를 인용하였으니 참조하시면 되겠구요~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362467&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저는 야당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새누리스럽게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금의 박근혜 정권의 친일 독재와 새누리당의 폭정을 영원히 이 땅에서 종식시킬 수 있다면 말이죠!

    더민주당이 새누리스런 방법을 도입해서라도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후에,
    더민주당이 또 국민을 우습게 알고 폭정과 독재를 일삼는다면, 그 때 또 국민의 힘으로써 더민주당을 끌어내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국민에 의한 반복적 정권교체를 통해서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로 진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롯이 국민의 힘으로 국회의원을 심판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그 때에는 모든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무시하고 정치하는 행위는 사라지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은 양당체제하에서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양당체제하에서는 여당이 쓰레기 언론과 방송을 동원하여 제3당을 부각시켜서, 지속적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지요! 감사합니다.

    • 늙은도령 2016.03.21 16:43 신고

      새누리당스럽게 이겼는데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지 못합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도 정의도 아닙니다.
      저는 그런 것에 죽어도 동의하지 못합니다.
      수단과 목적이 분리되는 것이 아닙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타락시켰을 때 최악의 결과만 나왔고 그것을 뒤집는 과정에서 폭력적 혁명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면 공포정치가 뒤따랐고, 구시대가 더욱 강하게 회귀했습니다.
      언제나 수단이 옳았을 때 승리했고 좋은 결과를 냈지 그 반대는 없었습니다.
      일시적인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면 영원한 패배를 불러옵니다.

  5. 홍길동 2016.03.23 12:05

    좋은 말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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