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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허튼소리', 한 폭의 그림 같은 사랑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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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

 

허튼소리는 사랑의 다른 말일지 몰라 ㅡ 직설적으로 사랑을 고백하지는 못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 앞에서 허튼소리를 하기 일쑤다. 사랑 고백은 성공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허튼소리로 사랑하는 이의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여하튼 둘 중에 하나도 나는 다룰 줄 몰라 ㅡ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 것도, 사랑에 능숙한 것도 수줍어하는 청춘 승윤에게는 힘들기만 했나 보다.

신은 언제나 내게서 말을 앗아가시곤 ㅡ 그녀 앞에 서면 난 얼어버려. 머리가 하해지면 말을 잃어버리기 일쑤야. 

심장 소리로 모든 걸 대신하게 하더라 ㅡ 말을 잃어버리는 만큼 심장은 벌렁벌렁, 쿵쾅쿵쾅. 허튼소리가 아닌 내 심장박동을 들어줘!!!! 

 

옅은 채색은 사랑의 다른 말일지 몰라 ㅡ 승윤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그 고백이란 화려한 말로 이루어진 채색이 아니라설레임과 부끄러움을 간직한 옅은 채색이었을지도. 나의 사랑은 화려하지 않지만 투명에 가까울 만큼 한결같으니까.   

여하튼 둘 중에 하나도 나는 다룰 줄 몰라 ㅡ 너의 앞에서 허튼소리만 했듯이, 내 사랑을 화려한 말로 채색해서 너를 내 사람으로 만들지도 못해.   

실은 내 물감통에는 단색뿐이었는데 ㅡ 시적 표현이나 멋진 은유와는 달리 사랑에 대한 내 말들은 화려할 수 없는 단색일 뿐이야. 화려한 말은, 그런 채색은 시도도 하지 못하고 용기도 내지 못하겠어.  

신기하게 총 천연색 섬이 그려지더라 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대한 내 사랑을 그려보기라도 하면 언제나 총연색의 꽃들과 나무들로 넘쳐나는 아름다운 섬이 되기만 해. 

 

잠결에 들은 것 같아 네가 나를 불렀니 ㅡ 잠에 들었는데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뭐야? 혹시 네가 나를 부른 거니? 허튼소리와 옅은 단색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내 사랑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이니. 아니면 꿈을 꾸기라도 한 것일까?

나는 실눈을 뜨고 잠꼬대를 할거야 ㅡ 혹시 몰라 나는, 꿈이 아니기를 바라는 나는 실눈을 뜨고, 마치 꿈꾸는 것이라고 둘러대려고 잠꼬대를, 아니 잠꼬대인양 말할 거야.   

 

아마 내가 밤이었을 때에도 ㅡ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는, 어쩌면 열병 같은 사랑앓이가 밤이라고 하면, 그런 어둠속에서도  

넌 언제나 동그란 아침이었어 ㅡ 넌 떠오르는 태양처럼 동그랗게 빛나는 아침이었어. 어둠이 아닌 빛나는 사랑이었어.

아마 내가 망원경이었을 때 ㅡ 마찬가지로 너만 바라 보는 내가 망원경 같기만 했을 때도

넌 언제나 영롱한 별자리야 ㅡ 넌 밤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자리만 같았어. 칠흑 같은 창공에서 가장 빛나는 그런 별자리. 이후 반복

허튼소리는 사랑의 다른 말일지 몰라

여하튼 둘 중에 하나도 나는 다룰 줄 몰라

신은 언제나 내게서 말을 앗아가시곤

심장 소리로 모든 걸 대신하게 하더라

잠결에 들은 것 같아 네가 나를 불렀니

나는 실눈을 뜨고 잠꼬대를 할거야

 

아마 내가 밤이었을 때에도

넌 언제나 동그란 아침이었어

아마 내가 망원경이었을 때

넌 언제나 영롱한 별자리야

허튼소리는 사랑의 다른 말일지 몰라

여하튼 둘 중에 하나도 나는 다룰 줄 몰라

아마 내가 밤이었을 때에도

넌 언제나 동그란 아침이었어

아마 내가 망원경이었을 때

넌 언제나 영롱한 별자리야

 

 

ㅡㅡㅡㅡㅡ

 

승윤씨의 가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지만, 제가 승윤씨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 때 썼던 시 한 편을 읽어드릴게요. 시는 커뮤너티에 올릴게요. 

 

 

 

당신이 내게 다가왔을 때(4)                                                

 

 

편지를 씁니다                                  

봄비 그친 후 첫 햇살로

당신 이름을 쓰고

당신 닮은 목련의 향기들로 인사를 하고

4월 바람 속 온기들만 모아서

첫 줄을 씁니다

 

다음 한 줄은 5월의 나무들에 기대어

물오른 초록들을 빌리렵니다

봄볕에 하나 씩 익어가는 딸기의 당분으로

내 떨림을 적으렵니다

 

지금 방안엔 숱한 꽃들과 바람

잎새들로 넘쳐 있는데 

4번째 줄에서 멈춰 있는 말들이

당신 모습만큼 아름답지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