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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이승윤의 '오늘도', 절망적인 너무나 절망적인 하지만..

 

 

오늘도

커튼이 가려 놓은 창 밖의 하루를 거뜬히 감당 해 내기를 기도해요 ㅡ 방구석 음악인으로써 나와 세상은 창문 커튼에 의해 분리됐다. 커튼은 상징, 정말의 나와 잘나가는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 축제에 함께하지 못하는 실패한 자의 답답하고 힘든 작은 공간. 월세를 제때 내기에도 힘겨운 나의 하루하루. 난, 기도해야 방구석이 아닌 커튼 밖의 세상에 하루를 거뜬히 감당해낼 수 있는 날을.

 

어떤 이는 오늘도 창백한 얼굴로 터뜨리지 못한 분노를 삼키네요 ㅡ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거라고 했다. 하지만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도, 아니 능력이 모자라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평등은커녕 도전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데,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정의는 꿈도 꾸지 못해요. 1%도 안되는 희망의 이름으로 압도적인 절망을 버텨내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삼키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부와 권력은 물론 기회마저 독점한 자들은 더 갖지 못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일삼지만 하루하루 넘기기도 힘든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분노조차 표출하지 못하죠.

 

삼켜야만 할 일 투성이인 오늘 하룰테죠 ㅡ 비정규직의 불안정성, 낮은 시급, 멸시하는 시선들, 차별의 일상화, 연예도 결혼도 내집 마련도 모두 다 포기한 세대로써 아무리 노오오오력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일은 넘칠 만큼 많은데, 쥐꼬리만한 일당,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오늘의 법벌이를 위해 하루에도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고 삭혀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   

 

다쳐야만 끝이 나는 하루 일수도 있겠죠 ㅡ 먹고살기 위해,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파견나간 현장의 구석진 곳에서 컵라면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지만, 상시적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열악한 작업환경,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고를 당해야, 때로는 목숨까지 잃어야 저임금 작업이 끝나는 그런 청춘들도 있겠지요.  

 

울지는 말아요 아니 울어도 되요 오늘 하루 힘내요 ㅡ 울지 말아요,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아니 울어도 되요, 울지 않으면 어떻게 이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겠어요. 다쳤으면 아프다고 큰 소리로 울어요. 세상에 말해요, 나 여기 있다고. 여기서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으니 잡아달라고. 누구라도, 어느 누구라도. 

 

달이 등장 했지만 아직도 하루는 다리가 저리도록 어깰 짓눌러요 ㅡ 쥐꼬리만한 시급이라도 타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달이 뜰 때까지 투잡, 쓰리잡도 뛰는데, 남들은 편히 쉬어야 할 이 시간에도 나는 쉴 수 없어요. 다리가 저리도록 어깨를 짓누르는 저임금 노동이 너무너무 힘들어요.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픈 것밖에 없어서, 그럼에도 치료도 받지 못하는 청춘이에요.    

 

말이 그저 하고픈지 할 말이 있는지 잠이 와도 쉽사리 잠들지 못해요 ㅡ 하루하루가 이러한데 누구라도 잡고 나의 절망과 현실에 대해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저 들어만줘도 마음이 조금은 풀릴 텐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요. 죽을 만큼 피로한데, 피로가 쌓여 이제는 일상화됐는데,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아요. 잠들지 못해요.  

 

삼키다 너무 힘이 들면 토해 낼 때가 있겠죠 ㅡ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고 삭히는 분노와 절망의 양이 임계점을 돌파하면 토해낼 때도 있겠죠. 내가 나를 갉아먹는 이런 마음앓이가 더 이상 담아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비명처럼 토해낼 때도 있겠지요. 토해내고 싶어요, 우리 이렇게 여기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제발 우리 얘기 좀 들어달라고.  

 

그러나 토 해낸 자리는 내가 치워야 할테죠 울지는 말아요 ㅡ 토해낸들 이 냉정하고 잔혹한 세상이 답해주지는 않겠지요. 결국 힘겹게 토해낸 감정의 배설은, 그 청춘의 절규는 누구에게도 가 닿지 못하기에 토해낸 것은 내가 치워야 하는 것이 현실의 반복이겠지요. 그래도, 그래도, 그 빌어먹을 1%이 희망을 믿고 울지는 말아요. 우는 것까지 하면 너무 초라하고 슬프고 참담하잖아요.  

 

아니 울어도 되요 오늘 하루 힘내요 ㅡ 아니, 아니, 울어요. 울어도 되요.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니까. 산다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 청춘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연속이니까. 

 

삼키고 또 삼키고 또 삼키다 보면 언젠가 소화가 되어 버릴 날이 다가올지도 모르죠 ㅡ 참으로 처절한 부분. 순간순간 매일매일 삼키고 또 삼키고 또 삼키다 보면 언젠가 소회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절망과 체념, 굴종이 내면화돼 완벽한 절망속에서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그런 날이 다가올지도 모르죠. 왜, 희망은 모든 악한 것들이 담겨있던 판도라상자에 있었을까? 희망은 원래 악한 것이었던가요? 그래서 판도라상자의 맨 밑바닥에 있었던가요? 탈출도 못할 만큼 그렇게 악한 것이었던가요?

 

믿어도 될까요 믿어도 될까요 울지는 말아요 아니 울어도 되요 ㅡ 그런 희망을 믿어도 될까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람사는 세상을 믿어도 될까요? 울지는 말아요, 좋아진 것은 별로 없으니까. 아니 울어도 되요, 조금씩 좋아지는 것들도 있으니까.  

 

믿어도 될까요 믿어도 될까요 울지는 말아요 아니 울어도 되요 믿어 보기로 해요 ㅡ 우리 무너지지 말고 좌절해서 방구석에만 머물러 있지 말아요. 커튼 뒤에 숨어서 세상과 단절하지 말아요. 좋아진 것은 별로 없지만 좋아지는 것들도 있으니까,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니까. 믿어 보기로 해요. 믿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있나요. 살아야, 살아서 패자부활전의 기회라도 잡아야요. 그런 기회가 기적처럼 올지도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