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이 천상귀원검를 완성하던 날, 그 빛의 축제가 시작된 곳, 그곳에서 또 한 번의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하나의 빛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천공을 뒤덮은 것과 그것이 검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똑같은 날에 있었다.



다른 것은 칠흑의 어둠을 삼키는 검강의 진행이다. 빛의 축제는 시작부터 셀 수 없는 검강으로 시작돼 그대로 이어졌다. 검은 어디에나 있었으나 처음부터 그랬다. 어디를 봐도 검이 있었고 그 검은 끝없는 검강의 정수를 모두 담았다.



콰과쾅!!!



그날처럼 똑같은 폭발이 일자, 빛의 해일은 출발점부터 주위의 모든 것을 휩쓸어 갔다. 막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라 해도 뚫고 나갔다. 산봉우리가 그대로 관통됐고 절벽이 절단 났다.



팟! 팟! 팟!!



부딪치는 모든 것은 검강에 의해 뭉툭뭉툭 잘려나갔고 산산이 부서졌으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검강의 해일 앞에 버틸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것으로 하나의 검에서 시작된 빛의 축제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공연을 마쳤다. 이날의 천지개벽은 같은 시간에 일어난 빛의 해일이 보여줬던 것과 이렇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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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 이 정도면 충분해. 아저씨가 원하는 것도 다 이루었어. 1년이란 시간을 단축한 것도 일극무원결 덕분이야. 아저씨께 고맙다고 해야지. 삼영도 성취를 이루었으면 좋을 텐데.”



무영은 일부러 누구라도 들으라는 듯이 또박또박 말했다. 무영이 마침내 류심환의 안배를 모두 다 이룬 것이다. 이는 무영이 파천태극무검의 기본 검결의 문제점을 찾아 두 절대무공을 하나로 합치는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일극무원결의 더 깊은 오의도 찾은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그는 류심환이 예상했던 최대치보다 1년이나 기간을 앞당긴 것으로 보였다.



이제 무영은 고금제일의 경지에 이르러 뜻하여 이루지 못할 것이 없는 무인의 반열에 올랐다. 겨우 열일곱 살 6개월의 나이에 무영은 천년 무림의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최고의 고수로 성장했다.



“역천의 놈들, 다 죽었어.”



무영이 오년 만에 한껏 호기를 부린다. 그의 미소가 시리도록 눈부셔 태초의 하늘을 닮아 보인다. 무영은 서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금제일이라 할 만한 기도가 은은히 퍼져 나왔다. 그것은 일상의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호신강기의 일종으로 절대무인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할아버지들과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지. 가서 깜작 놀래 켜야지.”





그가 대기(帶氣)처럼, 바람에 실린 청명한 기운처럼 흘러간다. 딱히 설명할 것도 없다. 무영이 이미 대기이며 바람인 것을.



헌데, 그가 나온 곳을 돌아보니 천목산이다. 그것도 비궁에서 불과 오십 장 밑에 나 있는 작은 동굴이다. 무영 자신도 나와서 보니 류심환이 설명한 비궁이란 것이 자신이 머물던 불과 삼십 장 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천상지무를 완성해 무영이 천상귀원검의 무위(武威)를 보여줄 때 어떻게 네 명의 환(幻)과 여섯 명의 력(力)에게 들키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하나의 떠 있는 눈, 제천에게 무영은 어떻게 들키지 않은 것일까. 그것도 바로 코 밑에 있었는데, 도대체 무영이 오년을 수련하는 동안 그들에게 들키지 않은 것일까.



“그때 아저씨도 천상지무를 펼치신 것 같았는데 그 이유가 이것이었어. 아저씨가 함께 하고 계시다는 느낌이 떠나질 않았는데 이것이었어.”



무영이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오년을 동굴 속에서 무공을 연마하고 나와서 보니, 자신을 위한 아저씨의 마음과 정성이 정말 어떤 것이었는지 무영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무영은 류심환이 마련해둔 안배의 절묘함에 감탄했고 한 순간도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던 그 안배 속에 숨어 있는 노력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랬어. 내가 팔을 앞으로 내밀면 거기에도 아저씨가 있는 것 같았고, 검의 방향을 꺾기 위해 팔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또 거기에 아저씨가 있는 같았어. 내가 깨면 아저씨도 깼고 내가 잠에 들면 그제야 아저씨도 잠에 드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가 이것이었어.”



그는 몰랐었다. 왜, 검을 뻗고 그으며 자르는 동작 하나하나마다 아저씨가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고, 호흡 하나 하나마다 아저씨가 함께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늘 자신을 떠나지 않는 아저씨의 걱정이나 그것에 기댄 여린 마음의 막연한 그리움이라 생각했다. 외로움에 지친 못난 영혼이 아저씨께 떼를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난 알지 못했어. 하루 열두 시진 내내 나의 작은 동작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날 천외천의 감시로부터 숨겨주기 위해 아저씨는 나와 똑같이 5년을 보낸 것이었어. 나의 하루가 아저씨의 하루였고 내 성취의 모든 단계가 아저씨의 보살핌이었어. 난 어리석게도 이를 몰랐어. 그저 난 내 성취에 만족했을 뿐이었던 거야.”



무영의 눈에 지난 오 년 간의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펼쳐졌고, 그 어디에도 아저씨가 함께 했었음을 하나씩 확인해 갔다. 무영은 그런 과정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천상천과,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 신비 문파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무영은 류심환이 자신과 함께 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신의 성취가 류심환의 가늠할 수 없는 희생 속에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저씨는 나를 위해 하늘마저 속이려 했던 거야.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똑같이 되풀이함으로써 자신에게 모든 감시의 시선들이 머물도록 만든 거야. 아저씨는 이미 노출된 상태이니, 혹시 모를 위험에서 나를 지켜주신 거야. 내가 오년 동안이나 머물렀던 곳 바로 50장 위에서.”



류심환의 안배란 그런 것이었다. 천년의 전실을 주재하는 자들로부터 무영이 고금제일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지켜주는 것이 그의 안배의 핵심이었고, 또한 삼혼으로부터 삼영의 성취를 이룰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무영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때까지, 그를 구태여 숨길 필요가 없을 때까지 류심환은 무영이 무공을 수련하던 50장 위에서 무영과 똑같은 수련을 진행함으로써 제천과 세외문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천년 무림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에게 속았다면, 류심환이 처음으로 그들을 속였던 것이다, 무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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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하! 크하하하하! 드디어 이루었다. 내가 무림 천년 사에 최고의 깨달음에 이르렀다. 크하하하! 크하하하하!!!”



류심환이 비궁을 무너뜨릴 심산인지 미친 듯이 웃었다. 그것은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낼 수 있는 광포한 웃음이며 포효(咆哮)였다. 당연히 그 순간에 무영이 파천태극무검을 대성해 여의일도파천황을 시전했고, 그래서 류심환도 똑같이 그 초식을 펼쳤다. 그 위력이야 다시 말해 무엇 하랴. 비궁은 완전히 박살났고 존재했던 흔적들도 사라졌다.



그때 류심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던 하나의 떠 있는 눈, 제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루었어. 드디어, 아니 예상보다 1년이나 앞당겨 이루었어. 허허허, 이렇게 대견할 수가, 이렇게 기쁠 수가! 허허허. 무영아, 네가 이루었어. 네가 일극무원결을 통해 여의일도파천황마저 이루었어. 허허허, 이제 제대로 된 한 번의 실전만 치르면, 네가 나보다 먼저 최후의 경지에 이르겠어. 허허허허! 허허허허!’



그렇게 류심환이 자신과 무영에게 지독히도 모질었던 운명을 털어내며 웃을 때 무영이 동굴에서 나왔다. 무영이 그가 원했던 경지에 이르렀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류심환은 무영이 동굴에서 나올 때 미친 듯이 웃었다. 천년의 진정한 주재자에게 들리도록. 천년 전설의 하나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을 향해 통쾌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 오년 간 단 한 순간도 무영이 있는 곳에서 시선을 거둔 적이 없었다. 무영이 일극무원결의 진정한 오의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일각의 일각도 나누어 무영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보았다. 그 긴박했던 순간순간을 지켜보며 무영의 깨달음이 한 걸음 한 걸음 일극무원결의 정수에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았고, 그 정수에 이르러 무공수련을 끝낼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무영에게서 시선을 거둔 적이 없었다. 그래서 류심환은 무영이 동굴을 나오는 순간 미친 듯이 웃었던 것이다.



“크하하하! 크하하하!!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의 원수는 들어라. 내가 고금제일의 경지에 이르렀다. 네놈이 내 검에 죽어 저승에 가서도 잊지 못하게 그렇게 죽여주마. 너의 근육 하나하나를 끊어버릴 것이며, 너의 혈관 하나하나를 잔인하게 도려낼 것이다. 기다려라. 내가 이제 경지에 이르고 너를 벌하러 간다. 너의 영혼의 마지막 조각까지 갈기갈기 찢어 죽이리라. 크하하하! 크하하하하!!!”



류심환은 천년의 주재자가 들으라는 듯이 최대한 자인하게 말했다. 무영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그의 연기는 계속됐다. 그는 무영을 위해 안배해둔 모든 것들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니, 그것을 확인할 때까지 천년의 주재자를 속이기 위한 연기를 계속해야 했다.



‘무영아, 삼혼과 삼영을 만나면 내 소식도 전해주려무나. 그 동안 수고했고 고마웠다고. 이제 세상은 너 하기에 달렸으니 말함에 가벼움이 없고 행함에 있어 태산보다 진중해야 한다. 복수는 강호에 든 이상 벗어날 수 없는 필연의 고리이지만, 그것이 다시 돌아와 다른 복수를 낳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네가 한 걸음 걸으면 세상도 신세계로 한 걸음 더 들어갈 것이고, 네가 한 번 시선을 주면 그곳이 곧 신천지일 것이니 언행에 추호의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될 것이야. 아저씨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야. 힘들겠지만 너는 운명을 넘어 네 스스로가 운명의 주인이 되길 바랄게. 진심으로 축하한다, 무영아. 아들 같은 무영아.’



그것은 영혼의 울림이었다. 또한 지난 오년 간 한 순간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던 그의 조바심이 팽팽했던 허리끈을 푼 것이었고, 마침내 무공을 대성한 무영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공간과 시간을 건너 뛰어 무영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그 영혼의 울림이 삼혼과 삼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무영의 영혼에 또렷한 떨림으로 전해졌을 때, 바로 그 순간의 무영은, 몸 전체가 귀처럼 쫑긋거렸고, 심장이 노을 지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붉은 퍼덕임처럼 쉴 새 없이 뛰었고, 마음은 막 일어선 아이의 발가락처럼 그 울림을 향해 한껏 모여들었고, 영혼에선 하나의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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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류심환이 하나 된 재회의 순간, 그들과 정반대 편에 서서 천년의 음모를 진두 지휘해온 제천에게 처음으로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그는 지난 오년 간 류심환이 진행했던 무공수련과 겹쳐지는 것 같은 또 다른 움직임을 느꼈다. 너무나 미약해 류심환의 무공수련에서 나오는 잔상 같기도 했지만, 가끔은 서로 다른 움직임 같기도 했다.



허나, 류심환 정도의 경지에 이른 자가 현 무림에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런 이해하기 힘든 느낌을 류심환이 펼친 초식의 잔상이라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었다. 류심환의 이룬 경지가 너무나 막강하다 보니 천하의 제천마저도 의문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그만큼 류심환이 이룬 경지가 그의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헌데, 그는 이 모든 수련과정을 끝낸 류심환의 광소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자신이 류심환이라면 저렇게까지 광호함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켜본 류심환은 저렇게 말할 자가 아니었다. 그가 검강천을 만나기 전이라면 모를까, 그 이후의 류심환은 무공의 성취가 극에 이르렀다고 해서 광호함을 드러낼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류심환이 천상지무를 완성한 삼년 전부터는 자신의 존재 여부를 막연하게나마 알게 됐을 터, 자신이 류심환이라면 그렇게까지 의식적으로 웃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그는 지난 오년간의 모든 일들을 하나씩 다시 떠올려봤다.



‘그러고 보니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어. 그 느낌들, 분명 이상했어. 뭔가 있어, 내가 놓친 무엇이.’



처음으로 떠 있는 눈으로서의 제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이 외적으로 드러났을 때는 떠 있는 하나의 눈 전체가 양쪽으로 늘어나며 가늘어졌다.



“일환!”



그가 자신의 의심에 힘을 실었다.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너무나 분명했다. 류심환은 이제 만만한 상대가 아니며, 그에 의해 자신이 놓친 무엇이 있을 정도라면 그것부터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천년을 주재한 그가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는 변수의 등장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일사분란한 운동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 길거리에 있는 돌 하나, 목초 하나 자신의 계획에서 벗어나 있으면 안 된다. 제천의 미간이 더욱 깊이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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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혼은 막 새로운 삼혼지문의 칠백삼십 번째 수련과정을 마쳤다. 주군의 상세한 설명이 담긴 해설서를 가지고 파천태극무검의 기본 검결을 익히는데 걸린 삼년을 빼면 지난 이년 간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새로운 삼혼지문을 수련했다.



허나, 기본 검결을 완전히 익혔는데도 불구하고 파천태극무검의 핵심 검결로 이루어진 새로운 삼혼지문은 대성할 수 없었다.



‘주군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기본 심결을 익히는 데만 꼬박 삼년이 걸렸고, 기의 흐름과 검이 그리는 선까지 일일이 그려놓은 운결의 해설서를 가지고도 또 이년을 매달렸어. 그런데도 아직 반도 이해하지 못했어. 주군의 경지가 이 정도에 이르러 있었다니. 지금껏 헛살았어. 나, 불혼은 어리석기가 한량이 없는 놈이었어. 허허, 주군의 깨달음이 이렇게 깊은 것도 몰랐으니. 허허허, 헛산 게야. 지난 세월이란 모두 다 허당이었어.’



두 번째 빛의 축제가 있던 날, 불혼은 이런 생각을 했고.



“우아! 미치겠네! 도무지 모르겠어. 잡힐 듯 잡힐 듯 가물가물하기만 해. 주군의 해설을 호흡 속에도 각인시켰고, 생각의 허튼 순간에도 새겨 넣었는데 몸통은 어디 가고 왜 팔과 다리만 보이는 거야! 우아와!! 돌아버리겠어!!! 힘들게 구워삶아 조심조심 다 벗겨놓으니까, 여장남자가 나오는 꼴이잖아! 내게도 달린 것이 거기서 오줌을 누고 있느냔 말이야!! 우아아아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야!! 나 도혼이 돌아버리겠다고. 우아아아악!!!”



도혼은 도무지 끝을 보여주지 않은 새 삼혼지문의 운결에 아예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으며.



‘주군, 이 못난 놈을 탓해주십시오. 주군의 상세한 해설서과 그림까지 갖고서도 이렇게 깨닫지 못하고 제 자리만 맴도는 이 못난 놈을 탓해주십시오. 주군의 깊고 높은 은덕에 아직 무엇도 보은하지 못하는 이 못난 신하의 불충을 벌해주십시오. 주군…’



속혼은 새 삼혼지문을 깨닫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이 못내 마음에 걸려 속아리만 깊어져 갔다. 다만, 삼혼 모두는 주군이 만든 새 삼혼지문을 수련하는 중에 천외천의 안배가 얼마나 가공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주군이 말한 하나의 거짓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 뒤에 자리하고 있는 천년의 비밀은 터럭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천외천의 노리개일 뿐이었던 지난 백년에 가까운 삶이 얼마나 허망했는지 깨달았다.



그래서 불혼은 한없이 답답했고, 도혼은 미쳐서 돌아버리기 직전이었고, 속혼은 그런 자신들의 삶을 이렇게라도 보듬어 주는 주군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살아 숨 쉰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



어쨌든 주군의 성취는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주군의 성취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는 무영의 속도에 새삼 감탄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에 비하면 자신들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 삼혼은 새로운 삼혼지문의 거대한 벽 앞에 멈춰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무인으로서의 자괴감도 커져만 갔다.



바로, 그때였다. 무영이 헤맸던 것과 똑같이 지난 6개월 동안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삼혼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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