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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2부 22장 - 류심환과 무천2 - 천년의 거짓과 비밀

 

 

 

 

 

 

- 세 개의 무공을 익힌 극에 이른 자들로 정립을 이루었는데, 그래서 영원히 균형을 유지하며 적당한 일화(一話)들을 조절하면 최고의 연극으로 또 천년을 흥행할 수 있을 텐데, 왜? 삼혼지문의 필요성이 존재했는가?

 

 

 

 

- 대저 자신이 극에 이르렀다 생각하면 모든 인간은 일탈을 꿈꾸기 시작하기 마련이야. 자신이 이룬 경지를 드러내고 싶은 거지. 또는 그 경지가 진정한 극점인지도 알고 싶기도 하겠고. 어떻든 모든 문제는 여기서 출발하네. 화극연이 먼저 튀어나갔어. 그리고 열두 개의 지옥의 힘, 그 일부를 깨웠어. 하지만 여기까지는 검궁영이 막아낼 수 있었고 그의 일탈은 내 극본 안의 특별히 준비된 한 편의 일화(一話) 정도라 할까. 해서 초대 천상천주 검궁영이 이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

 

 

 

 

헌데, 천년이 흐른 후 이놈의 후예가 사고를 쳤어. 열두 개의 지옥의 힘, 그 전부를 깨워 그 일부를 취한 거야. 그것은 사로 이룰 수 있는 몸의 극대화를 넘어서는 것인데, 초마인이 절대 경지에 이르려 도를 넘어버렸어. 이것은 극본 상 첨(添, 부족한 부분을 더하는 것)으로 두었던 극비 전략이었는데 연극의 반응이 끝없이 이어지는 중에 악역을 맡은 자가 거기서 탈퇴해 감히 자신이 연극을 다시 만들려 했던 거야.

 

 

 

 

당연히 일회성이라도 용납할 수 없었지. 물론 이를 예상해 극비 전략을 마련해 두기는 했어. 그것이 바로 마지막 첨, 삼혼지문이었던 거야. 악역이 돌아오지 않으면 삭(削)해야 하고, 그것을 대체시킬 수 있는 것을 내세워야 하지. 그래야 천년 연극이 유지돼 그 흥행 또한 열광적인 광기를 이어갈 수 있는 거니까. 그것이 다시 백년이라도, 물론 천상지무처럼 천년을 이어가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테고.

 

 

 

 

해서, 초마인이 절대 경지에 이르렀을 경우 그를 처리할 완벽한 무공이 필요했고 삼혼지문이 그 무공을 이룰 출구였어. 물론 초만인의 절대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삼혼지문은 그냥 극본에만 있고 실제 무대에는 올리지 않은 배우면 됐던 게야.

 

 

 

 

결국 삼혼지문은 삭을 대신해 연극의 흥행을 지속시킬 첨이었고 이는 천년 전에 마련해 두었던 하나의 안배였지. 파천태극무검을 천상지무에 더해 몸의 극대화를 넘어 영혼의 극대화에 이르려면 두 무공을 하나로 이어줄 매개체가 필요했고 그것이 삼혼지문이었어.

 

 

 

 

그 절대적 필요 때문에 하나의 거짓을 만들 수밖에 없었어. 물론 자네가 파기해 의미 없어졌지만. 천외천의 존재이유도 그것으로 사라질 뻔했지. 내 연극의 등장인물 중 비중이 가장 큰 두 명, 검강천과 자네가 한 번씩 출연을 거부한 거야. 이야기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늘 있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 비중은 달랐어. 이야기 전개의 마지막 장 그 두 축이었기 때문이야.

 

 

 

 

허나 둘은 어떠한 경우에도 돌아올 수밖에 없어. 이미 무대에서 내리기에는 그 위에 올려놓은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고 특히 자식과 부모가 그곳에 있었으니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게지. 내가 그들을 일회성 출연자라 해도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항상 출연할 준비를 하게 묶어놓았기 때문이지. 그것은 무림에서 너무 흔한 복수란 것이고 특히 부모자식과 마누라와 연계된 것으로 포장을 하면 그 안배는 더욱 튼실해져. 실제 검강천이 무영을 살려 자네에게 보냈고 이렇게 자네까지 돌아왔으니 내 안배의 완벽함이 입증됐고 당연히 나야 신날밖에. 하하하하!

 

 

 

 

- 빠드득! 놈.. 으드득! 좋다. 일단 지금은 듣기만 한다. 그래 다음은.

 

 

 

 

- 후후. 부모라 하니 흥분하는 꼴이란.. 그래 또 다음이라? 음, 그래. 이것이 가장 말하기 힘들었던 건데, 어차피 지나간 일이니까. 내 말하지. 그 다음은 일회성 출연자 중 한 놈의 단원이 천년 전설의 주인공 역할을 탐하는 일이 생겼어. 비중은 작았지만 주인공과 너무 닮았기에 이를 꿈꿨고 실행에 옮겨 성공했던 거야.

 

 

 

 

비중이 적어 그냥 스쳐 가면 될 놈이 무대 뒤로 가서는 주인공을 죽였어. 삼혼지문을 통해 파천태극무검을 일단 받아둬야 할 주인공, 검강천을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나선 거야. 그 놈이, 그 미천한 검강인이 검강천을 대신하겠다니? 이런 창피할 데가!

 

 

 

 

내 연극에도 단 하나의 허점은 있었던 거야. 천년 동안 지속되다 보니까 나 또한 놓쳤던 허점이 하나 있었던 게지. 그것에 대한 안배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었거든. 게다가 주인공으로써 검강인의 연기력은 아무리 노력해도 검강천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에 문제가 더 컸지. 이는 주인공의 근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야. 결국, 내 연극의 흥행을 유지하려면 근본이 같은 또 다른 주인공이 급히 필요하게 됐던 거야.

 

 

 

 

 

 

 

 

- 그렇게 완벽한 천년 연극이 너무나 작아 티끌 같던 역할에서 틀어진 것이군. 이제야 재미가 생겨. 허허. 허면 자네는 그것 때문에 내게 하나의 거짓과 거짓말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 나로 하여금 삼혼지문과 검강천의 역할까지 한꺼번에 하게 한 것이군. 자네도 몸소 움직여야 했고. 해서 무영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군.

 

 

 

 

- 하. 역시! 거의 정확해. 내가 배우는 잘 뽑았던 게야. 그래, 맞아.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대안은 늘 손을 뻗치면 언제든 가져올 수 있는 거리 안에 뒀지. 다름 아닌 임시 주인공이라 할까. 자네가 말한 무영이지. 검강천의 아들 무영을 전면에 등장시켜야 했지. 그에게 잠시 주인공 역할을 맡겼던 거야.

 

 

 

 

그 동안 나는 네게서 두 개의 무공을 흡수해 역천마공과 하나로 합쳐 몸의 극대화를 통해 영혼의 극대화까지 다 이룬 후에 임시 주인공으로 등장한 무영을 제거하면 천년 연극은 그것으로 종극이 돼. 이를 위해 천상지무와 멸천마공을 완벽하게 하나로 합쳐 몸의 극대화를 이룬 제천이 움직였어.

 

 

 

 

- 몸의 극대화를 이루니 하나의 떠 있는 눈처럼 몸 자체가 대기가 된 것이라. 그것도 재미있군. 결국 감시자의 배후가 제천이었고 자네의 몸이기도 했군.

 

 

 

 

- 그래, 그래! 맞아, 맞고 말고. 대단해. 자네는 정말 주인공 자격이 있어. 무영을 등장시켰지만 너무 급히 올린 까닭에 나는 그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살피지는 못했었거든. 또한 나는 태천문을 만들 때 오직 일인계승만 가능하게 했어. 애당초 내가 영원히 문주로 지내기 위해 내 스스로 그런 율법을 만들었지만 제천을 통해 천년 연극을 감시케 한 제천문을 다스리려면 어쩔 수 없었어.

 

 

 

 

게다가 자네가 키운 무영의 능력이 예상보다 뛰어나 나는 제천의 유일한 적수인 새외문의 육경을 깨워야 했어. 문제는 그들이 제천이 완벽하게 다스리기에는 너무 강한 자들이야. 결국 그들을 단속하려면 서둘러야 했지.

 

 

 

 

제천은 두 무공의 정수가 하나로 합쳐져 생명을 유지시킨 불완전한 정기신일체의 내 몸이지. 자네가 파천태극무검을 완성한 순간 완벽해진 지금의 나 무천이야. 서둘렀지만 만족한 결과를 얻은 게지. 다 자네 덕분이야. 하하하.

 

 

 

 

이로써 전면에 나선 나의 등장으로 새롭게 시작될 천년 공연이 다시 막을 올리되, 관객의 광기를 최대로 키워 내가 독식하려면 새롭게 등장한 임시 주인공이 관객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기 전에 교체하는 것이 필수였지. 연극의 질을 떨어뜨리는 연속된 주인공 교체는 흥행에 좋지 않아 임시주인공이 분위기만 띄우면 그때 진정한 주인공인 내가 전면에 나서 이를 절정으로 이끌고 가면 천년 연극은 그 끝에 이르는 거야.

 

 

 

 

헌데 임시주인공의 연기력이 너무 뛰어났던 거야. 그 아비의 그 아들이더라고. 해서 진정한 주인공인 나의 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흥행요소, 또 한 번 천하의 혈난을 포기하고 자네를 이리로 오게 만든 거네.

 

 

 

 

그를 위해 내가 내 육신을 조금 빨리 회수한 거고 천년을 벼르고 별러 왔던 몸의 극대화를 통한 영혼의 극대화, 즉 정기신일체의 완벽한 실현을 내가 직접 실행했어. 거듭 말하지만 그게 다 자네의 덕이니 그 고마움이 뭐라 말할 수 없네. 해서 나는 자네에게 가장 편한 죽음을 선사하려 하는데 자네는 괜찮을지 몰라. 

 

 

그것은 자네의 몫이니 자네에게 듣기로 하고, 여기까지가 급히 수정된 내 극본의 핵심이네. 이것이 천년 전설로는 완전한 종(終)이지.

 

 

 

 

- 하하하! 그런가? 잘 들었네. 자네 혼자만의 일방적 얘기였지만, 일단은 잘 들었어. 그렇다면 이제부터 내가 좀 얘기를 하지. 중간에 말해주고 싶었지만 자네가 내 부모를 감히 그 더러운 입에 담았기에 잠시 참았어. 지금껏 참아왔는데 너의 허접한 말을 조금만 더 참아야 한다고 나를 다그쳤지.

 

 

 

 

- 자내가 내게. 호! 그것도 허접하다. 켈켈. 좋아 다음은.

 

 

 

 

- 후훗. 그 자신감이 얼마 가나 두고 보마. 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얘기하지. 자네의 그 잘난 천년 연극을 뒤엎을 것이니 굳게 마음먹어야 할 거야. 내가 어떻게 자네의 연극을 망쳤는지. 무영이 어떻게 자네의 연극을 내리고 그의 무대를 새롭게 꾸밀지 이제부터 낱낱이 얘기해주지.

 

 

 

 

- 자네가 내게. 허! 나는 자네에게 죽음의 종류만 들으면 되는데. 허! 이런 번잡할 데가. 좋아 듣지. 별 것 없겠지만 끝났으니까 뒤풀이 연회라 생각하고 내 듣기는 하지. 그럼, 하시게. 허허.

 

 

 

 

- 후후. 웃음이 얼마나 갈지 두고 보지. 그럼 먼저, 비궁에 들어와 내가 육 년이란 세월을 왜 허송세월 했는지 그 이유부터 말해주지.

 

 

 

 

- 뭐? 허송세월…을 한 이유…?

 

 

 

 

- 허허. 벌써 놀라면 어떻게?. 자네, 무천이 지켜보았던 내 무공 수련은 그래 내가 배우니 일종의 연기라 해야겠지.

 

 

 

 

- 뭐? 연기였다고…? 컬컬. 연기라고? 컬컬!

 

 

 

 

- 시작하자마자 그렇게 많이 놀라면 내가 재미없지. 아직 시작도 한 것이 없는데 한 마디 말에 그러면 재미있겠어, 자네라면. 그러면 나도 웃을 밖에. 허허허.

 

 

 

 

- 헐… 컬컬! 그렇군. 이제 한 마디 했군. 컬컬컬… 좋아. 좋아. 그래 그 다음은?

 

 

 

 

- 다음? 아. 이제 마음을 다 잡았나 보군. 그럼, 그 다음을 애기하지. 물론 육년이란 기간이 다 연기는 아니었지. 처음 2년은 천상지무를 익히는 기간이었고 다음 삼년은 천상지무에 파천태극무검을 합치는 기간이었으니까. 누가? 내가? 아니 무영이가.

 

 

 

 

- 뭐? 자네가 아니고 무영이라고? 컬컬컬! 그 말을 믿으라고. 컬컬컬컬! 나 보고 그 말을! 컬컬컬! 컬컬컬컬!

 

 

 

 

- 그래 웃어야겠지. 지나가던 개도 웃을 판이니까. 개만도 못한 자네야 당연히 웃어야지. 어쨌든 이 두 가지 모두 자네가 원했던 것, 그대로 진행했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어서 검결 몇 자만 수정하면 끝나는 일이었으니까.

 

 

 

 

- 뭐라고…? 지금 검결 몇 개 수정하면 된다 했나?

 

 

 

 

- 그렇다 했네. 오래된 몸이라 되살려놓고 보니 귀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 하긴 그리 오래 됐으니 뭐 하나 성한 것이 있겠어. 어린 내가 이해해야지.

 

 

 

 

- 갈!

 

 

 

 

- 허. 그러다 목도 상하겠네. 그렇게 질러대면 오래된 것이 견뎌나겠어.

 

 

 

 

- 놈! 계속.. 하라.

 

 

 

 

- 그래 하지. 검결 몇 개 바꿨어. 자네가 천상지무와 파천태극무검의 불완전한 합일을 이끌어내 내게서 삼혼지문을 통해 받으려 했던 그 두 무공의 검결 몇 개만 바꾸면 되는 일이라 어렵지도 않았고 시간을 끌 일도 없었어. 그 오년 동안 내가 한 일은 자네의 몸 제천을 속이는 일이었어. 완벽한 합일을 불완전하게 보여야 했으니까. 이를 위해 내가 무영의 수련과정과 똑 같은 과정을 반복했어. 뭐 너의 얘기를 듣고 지금에 말한다면 나도 내 극본대로 연기를 한 것이지.

 

 

 

하지만 네 각본 속에 들어있던 첨이란 너의 관념에선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실재에선 첨이라고 하는 것도 서로 다른 형태의 창조야.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첨과 삭이란 생존경쟁의 승자와 자연도태의 패자에 불과하지만, 개체의 입장에서 보면 약동하는 발현이자 창조적인 변화야. 각각은 별도로서도 존재하는 실재야,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 컬컬컬! 첨과 삭이 별도의 창조라고? 검결 몇 개 바꾼 게 첨가가 아니라 창조라고? 컬컬컬! 무영과 똑 같은 수련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전체의 법칙에 따르는 것처럼 했다고? 그것이 개체의 실존을 위한 연기였다고? 컬컬컬! 그런 5년의 창조였다고? 컬컬컬!!!

 

 

 

 

- 응. 그래, 그랬어. 매 순간이 창조였지. 물론 말라버린 물줄기처럼 흔적까지 지울 순 없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게 실재라는 것이야. 정말로 완벽하게 그랬어. 창조적 진화라고 할까? 생각나나? 무영이 천상지무의 마지막 초식 천상귀원검과 파천태극무검의 마지막 초식 여의일도파천황을 구현하던 것을? 천지개벽의 그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