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년 전 무영이 천상귀원검을 완성해 그것을 처음으로 펼칠 때였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뜻밖의 상황에 놀라면서도 주목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자신의 선천지체가 천상귀원검의 검결에 따라 온몸에 충만해 있는 천상무극진기를 하나로 모아 단전을 출발할 때 무영은 검결이 운용되는 그 시발점에서 아주 미세한 공간이 비어 있음을 처음으로 알았다.



천상지무의 최후 초식 천상귀원검을 펼치려면 온몸에 있는 천상무극진기를 모두 써야 하는데 무영도 이를 처음 펼치는 것이어서 이제까지 자신의 몸 속에 이런 공간이 비어있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천상귀원검을 완성했건 안 했건 간에 무영의 몸은 이제는 순의 경지에 이르러 있어 몸 안에 공간이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것은 선천지체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무영은 천상무극진기를 다 꺼내니 비로소 드러난 새로운 공간에 의문이 일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검결의 운용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어서 판단을 내리기가 오히려 어려웠다. 그가 느끼는 그 공간은 자신에게서 다른 누구에게 무엇이 넘어가 생긴 빈자리 같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를 이해할 방법은 없었다. 그때 무영의 마음에서 다시 류심환이 전해온 영혼의 소리가 들렸다.



“무영아, 멈추지 말고 그대로 천상귀원검을 펼쳐라. 그 빈공간은 너의 선친인 검강천 천주께서 안배한 것이니라. 어떤 의혹도 가져서는 안 된다. 그에 대한 답은 혜준에게 있으니 너는 지금 천상귀원검을 펼치되 전력을 다해야 한다. 네가 파천태극무검을 완성할 때면 이 이유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한껏 펼쳐라.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니 망설이지 말고 펼쳐라.”



‘네? 아버님의 안배가 이것에? 그렇다면...? 아니야, 지금은 아저씨의 말을 따라는 것이 현명해. 이유는 자연히 알게 되겠지. 지금은 오직 천상귀원검만을 생각한다. 늘 아저씨가 옳았음을 믿자.’

번쩍!



하나의 검에서 시작한 빛의 해일은 암천을 삼켰다. 그 빛이 가는 어디에도 검이 있었고 그 투명함이 하늘가 닮았다. 무영이 천상귀원검을 전력으로 펼쳤다.







남은 두 명 중의 일인인 천상천 제일 장로 천상거력참마장(天上巨力懺魔掌) 견필과 제이 장로 천상태극일검(天上太極一劍) 무소야는 그저 투명한 빛이 폭사되는 것만 볼 수 있었다. 분명 빛이었지만 그것은 검을 닮았고, 천상지무 제일 초 천상태극뇌전류가 확실했는데 검무영이 펼친 것은 검강천 천주가 보여준 것과 또 달랐다.



빛은 검에서 이는 순간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났고 동시에 그들의 심장을 터뜨릴 것 같은 세 개의 소리를 만들어냈다.



슥! 슥! 슥!



무엇인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눈에서 모세혈관이 터져 붉게 충혈됐다.



투둑! 투둑! 투둑!



검류에 잘린 것이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그들의 뇌에서 모세혈관이 터져 생각이 멈췄다. 허나 공포는 맹렬하게 떠올라 살을 뚫고 뼈를 자를 듯 그들의 사지에 생생하게 각인됐다. 검궁인이 그것을 보면서 눈을 지그시 감더니 잠시 그 상태로 있었다.



데구르르!



“더 벌하지 않고 목을 자른 것은 그 죄의 경중이 경에 가까웠음이나 천상지무의 제일 초로 이를 행한 것은 검강천 천주의 애정이 아직도 천상천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 어머니 유선화 천후의 영전에 바치려 하니 너희 두 장로가 그 시작이다. 여덟!”



콰앙!



그 걸음이 내는 소리에 그들은 세 사제의 머리가 구르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이 공포에 질려 물러난 것을 인지했을 때 여덟 번째 걸음이 만들어내 소리는 한 걸음 더 다가와 견필과 무소야의 고막을 터뜨렸고 코의 혈관을 함께 터뜨렸다. 그의 귀와 코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뚝! 뚝!



자신들의 귀와 코에서 흘러내린 피가 또 왜 이리 크게 들리는 것인지. 그 치명적 공포를 떨쳐내고 싶어서 그들은 장풍을 펼치고 검을 휘둘러야 했는데 뇌가 기능의 마비돼서 신경이 명령해도 근육이 움직이지 않았다. 기혈도 뒤틀리기 시작했다. 곧 칠공 모두에서 피가 흘러내릴 판이었다.



헌데 그 놈의 소천주의 음성은 그들의 고막이 터졌는데도 또렷하게 들렸다.



“먼저 두 팔!”



청아했지만 살기가 담겨 있는 무영의 음성이 그들의 뇌리에서 폭발했다. 견필과 무소야는 그 충격에 팔을 뻗어 장풍을 펼쳤고 검을 휘둘렀다. 그들은 그것을 원했다. 어차피 죽는 것이라면 무사답게 죽고 싶었다. 그들의 원(源)은 이랬으나 근육과 뼈, 힘줄이 그것을 거부했다. 소천주 검무영의 검에서 투명한 빛이 일었다.



‘참 아름다운 빛이다.’



그들의 생각이 이랬다. 동시에 싹둑! 하는 소리가 두 번. 이어서 툭! 툭! 그들이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자신들의 팔임을 알았을 때 어깨에서 피가 튀었고 데구르르 굴어왔던 사제들의 머리 위로 무소야가 놓친 태극검이 떨어져 오 장로의 이마에 박혔다.



퍽!



태극검이 무소야와 견필이 가장 아꼈던 막네 사제의 이마에 박혔지만 견필과 무소야는 몸이 급격하게 앞으로 쏠리는 것을 느끼며 오직 비명만 질러댔다.



“크악!” “커억!”



그들은 생전 처음으로 말로 형언키 어려운 통증이 어떤 것임을 알았다. 동시에 앞으로 쓰러지는 몸의 균형을 잡아 줄 팔이 없음을 다시 느꼈고 그때 소천주 검무영의 음성이 푸른빛으로 날아들었다.



“다음 무릎!”



팔이 잘렸을 때와 약간 다르게 이번에는 스걱! 하는 소리가 두 번. 그리고 그들은 생전 처음 보는 현상을 경험해야만 했다. 눈이 보기에 무릎 밑으로는 그대로 서있는데 그 위의 다리가 앞으로 꺾어지는 것이 아닌가. 평생 뒤로만 접혀지던 두 다리가 마지막 죽는 순간에야 반대로도 꺾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 현상은 그들이 다시 느꼈던 살아 두 번째의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과 분수처럼 뿜어지던 피가 쿨렁쿨렁 솟아서는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을 동반했다. 그 바람에 그들은 보지 못했다, 자신들의 안면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치는 순간을.



뻑! 뻑!



소리는 가장 컸지만 이것은 아픔도 아니었다. 그들은 코가 부러지고 이마가 깨지는 정도만 아프면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픈 것이 그들은 허탈했다.



툴툴..



웃음이라도 흘렸으면 좋으련만 무심한 머리가 대리석과 충돌한 후 한 번 튕겼고 아주 조금 한 번 더 튕겼다. 그제야 견필과 무소야는 대리석 바닥이 붉은 빛을 띠고 있음을 알았다. 코와 잎의 높이가 같아진 그 순간, 그들은 대리석을 물들이는 자신들의 피처럼 그 한의 깊이가 느껴지는 무영의 음성이 그들의 뇌리에서 폭발함을 느꼈다.



“무릎을 잘라 벌함은 너희의 죄가 두 다리로 설 수 없는 짐승과 같기 때문이다. 다음 생에서는 옳지 않으면 주인의 말이라도 거역하길 바란다. 이는 검강인을 주인으로 두었음에 대한 단죄와 같음이다. 이만 떠나라.”



무영의 왼손에서 두 줄기 빛이 일었다. 태극멸섬이 다시 펼쳐졌고.



퍽! 퍽!



어김없이 그들의 머리에서 그 결과가 일어났다. 그들의 머리가 터지며 이승에서 두 개의 숨이 사라졌다. 그 끝에 천상천 외궁주의 자리에 만족하지 못했던 견필과 무소야가 내궁의 장로라는 자리가 자신들에게 벅찼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트득! 툭! 턱!



공중으로 떠올랐다 다시 대리석 위로 떨어지는 머리와 뇌 조각들이 어지러운 소리를 냈다. 그때 검강인이 눈을 떴다.



“아홉!”



너무나 청아해 오히려 슬픔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무영의 음성이 집성전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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