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심환이 화월곡 입구에 거의 다라랐을 때 불혼도 동쪽 입구를 막 벗어났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 가옥을 향해 날아갔고 그 속도는 가히 빗살을 떠올릴 정도였다. 두 명의 침입자, 은과 월도 이 것을 감지했다.
“두 명이 이곳으로 와. 엄청난 속도야. 시간이 별로 없어. 부숴!”
은이 말함과 동시에 자신이 공력을 양 손에 담았다. 월 또한 자신의 공력 팔성을 양 손에 실었다. 그들은 내가중수법 상의 중력(重力)을 그들의 합공인 어중력압산멸천(馭重力壓山滅天)에 실어 문을 부술 생각이었다. 이는 거대한 건물의 기둥을 무너뜨릴 만큼 위력이 막강한 내력장이었다.
“한 번에 부서야 해. 파(破)!"”
은이 외쳤다.
"합!"
월이 뒤를 이었다. 그때 무영은 이미 류심환과 불혼의 전음을 연속해서 듣고 있었다.
[지금부터 무조건 내 말대로 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불혼이 불러주는 대로 따라 해.]
무영이 들은 전음은 류심환에 의해 시작됐다.
[불혼, 지금부터 무영에게 태극일심제천요결을 전음으로 가르치십시오. 이 전음을 무영도 듣고 있으니 당장 실시하세요. 무영도 그렇게 하고.]
그는 전음으로 무영과 불혼에게 동시에 전음을 보냈다. 그는 화월곡을 향해 돌아오는 도중, 최근 뒷골이 땡기는 느낌을 받았음에도, 그것이 침입자로 인해서 나타난 현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들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고도의 은형술을 썼다 해도 자신이 존재 자체를 감지하지 못했을 정도면 삼혼에 못지않은 고수라는 뜻이었다. 당연히 비상수단을 강구해야 했고 그것을 무영과 불혼에게 동시에 전음으로 보냈던 것이다.
[불혼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해. 어렵겠지만 단전에 있는 새 내력을 확인하고 모든 정신을 그곳에 모아라. 내 곧 도착하니 걱정하지 말고. 넌 할 수 있어. 불혼, 시작하세요.]
처음 갑작스런 류심환의 전음에 무영은 깜작 놀랐지만 그의 말대로 가부좌를 틀었다. 그때 불혼의 전음이 들렸다.
‘불혼 할아버지야!’
무영의 귀가 쫑긋 움직이더니 표정이 조금 더 밝아졌다.
[할아버지야. 주군의 말씀대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잘 따라야 해.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되 일단 운기가 시작되면 담력정쾌(膽力精快)해야 해. 먼저 화월곡을 오르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너의 단전에 있을 새 내력을 천천히 유영시켜 기해혈에 이르게 해. 그 다음에 회음으로 보내고 명문을 거쳐 다시 기해혈에 이르게 해. 그렇게 기경팔맥을 따라 일주천을 시켜. 그런 후에…]
불혼의 전음은 그렇게 일각 정도 계속됐다. 무영은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불혼의 가르침 대로 새 내력을 운기했다. 그러자 단전의 구석에 불안정하게 있던 새 내력이 단전에서 나와, 느리지만 처음으로 일주천을 하는 데 성공했다. 단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천상무극진기와 천양천단의 기운이 미세한 반응을 보였지만 큰 문제는 없었고 일주천을 하는 동안 천상무극독도 그 자극에 일부가 녹았지만 류심환이 주요 혈맥마다 내장해둔 극양진기가 이를 태웠다.
그런 후 불혼의 지시대로 전신 기경팔맥과 주요 혈도에 새 내력을 보냈고 한 번 일주천을 해내자 점점 속도를 높여 열 번의 일주천을 한걸음에 이뤄냈다. 그러자 새 내력이 단전의 공간을 조금 넓히며 처음으로 단단하게 자리했다. 비록 천상무극독의 활동과 천상무극진기의 요동이 심해 통증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운기를 위해 이를 참았다.
운기를 할 때마다 혈관에서는 바늘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됐지만 무영은 이를 악물고 이를 참았다.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했고 그의 도포가 식은 땀에 흥건히 젖을 즈음 비로서 무영은 양광이현(陽光二現)에 이르는 초입에 섰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그렇게 이어졌다.
[…지금부터는 수련과정 중 돌의 위치에 따라 움직였던 것과 그 후에 일어난 변화를 떠올려. 화월곡을 오르는 것이 심결의 기본원리라면 이것은 상승원리에 가까워. 단전에 자리한 새 내력을 그것에 맞춰 일주천 시켜. 그런 후에도 문제가 없다면 일주천을 멈추지 말아. 단, 천상무극독과 천상무극진기, 천양천단의 효능이 급격하게 반응하면 운기를 즉시 멈춰야 해, 알았지.]
불혼의 전음이 다시 이어졌고 무영은 그에 따라 다시 새 내력을 단전에서 끌어올렸다. 그는 분명 조금 전보다 내력의 위력이 커진 것을 느꼈다.
‘화월곡을 오르면서 인체의 주요 혈도와 혈맥, 그 흐름의 원리와 작동의 효능을 깨달았어. 태극에서 음양, 오행을 거쳐 십방에 이르면 그곳에 태극이 있어. 이것이 운기의 원리야. 그 뒤에 일어난 수 많은 흐름의 변화와 응용은 상승원리로 가는 심결임을 짐작했었는데 이제 그게 명료해졌어.’
불혼의 지시대로 운기를 하며 무영은 태극일심제천요결 상에 기술된 태극무한진기의 실체를 조금씩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가 점점 심결의 상승원리에 빠져 들면서 이해의 정도가 깊어 갔다. 그 속도란 류심환과 불혼의 경공만큼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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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기란 태극에서 시작하여 태극으로 돌아오지만 그 과정에서 삼라만상의 생성과 소멸이 들어 있다. 그 원리를 깨달아 물아일체(物我一體)에 이르니 나 또한 나를 잊는다. 이제 무상의 경지에서 새 내력을 진기와 합친다. 이제부터 내가 진기가 되고 진기가 내가 된다.’
무영이 좌망(坐忘)의 경지에 이르자 그 깨달음이 요결의 상승원리, 그 정수에 점점 가까워졌다. 헌데, 다시 단전에서 끌어올린 새 내력이 갑자기 용틀임을 하면서 기경팔맥을 폭주해 갔다. 그 속도와 위력이 너무 빠르고 강해 그대로 임독양맥에 부딪쳤다.
순간, 엄청난 충격이 무영의 모든 혈관과 신경을 터뜨릴 듯 폭발했고 어느 순간 하나의 거대한 기운이 되어 낙뢰처럼 모든 혈도를 강타한 후 단전으로 파고들었다. 무영의 눈에 섬전 같은 빛이 일었다. 동시에 그의 의식이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빠져들었다. 이는 내공의 발전 단계가 한꺼번에 일어나 몇 단계를 갑자기 뛰어넘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이를 급히 다스리지 못하면 주화입마에 빠진다.
무영은 새 내력을 완벽히 진기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주천을 시도하는 우를 범했다. 자신이 생기자 욕심을 낸 것이다.
“안돼! 정신 차려!!!”
불혼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고,
[제가 침입자를 맡을 테니 불혼은 무영을 돌봐주세요.]
침착한 류심환의 전음이 그의 귀속으로 스며들었다. 순간.
콰앙!!!
무영의 단전과 비밀장소의 입구에서 서로 다른 폭발음이 터졌다. 하나는 무영만이 들을 수 있었으나 그 자신은 인식하지 못했고 다른 하나는 은과 월이 들었으며, 류심환과 불혼은 둘을 다 들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무영아, 정신 차려!!]
불혼의 다급한 전음이 꺼져가는 무영의 의식을 향해 날아들었고, 비밀장소 입구의 폭발에 따른 파편들이 무영을 향해서 날아들었다. 류심환이 가장 걱정했던 것도 이것이었지만 운기만 제대로 되면 무영이 이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경솔했어. 무영을 비밀통로로 빠져나가게 해야 했었어. 비궁으로 보냈어야 했어.'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여기에 있었군요. 형님, 크흑…”
오천신룡의 첫 째인 일협이 슬픔 가득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머지 네 명도 멍하니 맏형의 부패한 시신만 내려다 봤다. 일년의 걸친 추적 끝에 오천신룡은 마침내 오천협룡의 첫 째이며 자신들의 맏형인 일룡의 시신을 찾았다. 일년 전 한천일빙세를 대성한 오천신룡은 고향을 떠나 오천협룡을 찾아 다녔고 오일 전 산서의 외진 지역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유골은 네 개밖에 없었다. 오천신룡은 유골과 근처에 흩어진 여러 가지 흔적들을 종합할 때 이 유골들이 일룡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 형님들의 유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유골의 상태로 볼 때 여기에 없는 일룡도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고 움직였다 해도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수색이 이어졌고 오일이 흐른 지금 그들은 유해가 있던 곳에서 사십여 장 떨어진 절벽 밑에서 일룡의 유해를 찾았다.
그런데 일룡의 유해가 특이하게도 머리만 남고 나머지는 재로 변해 사라진 듯 흔적조차 없었다. 머리는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완벽하게 얼려진 상태였다. 일협이 생각에 잠겼다. 일룡의 처참한 모습에 그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막네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고 자신의 마음도 찢어질 듯 저려왔지만 그는 맏형의 의도를 빨리 알아내야 무엇이든지 간에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생각에 잠겼다. 일룡의 의도를 풀 단서를 찾아야 했다.
‘혹시…?’
무엇인가 방법을 찾은 듯한 그가 느닷없이 한천마결의 심결인 빙혈한천심결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기운을 일룡의 머리에 보내 공중으로 띄웠다. 그러자, 얼어 있던 일룡의 머리가 서서히 녹더니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헛?”
이를 본 일룡이 다급히 기운을 회수하려 했다. 하려 했는데… 한 줌의 재로 바람에 날려가는 일룡의 머리에서 하나의 음성이 떠올랐다. 그가 사지를 버림으로써 만들 수 있었던 빙어(氷語)를 자신의 심령에 남겨두었고 그것이 한천마결의 기운과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 녹아 허공 중에 퍼진 것이다.
“이 얘기를 너희가 듣는다면 내가 죽었음이다.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돌릴 수는 없다. 원수의 무공은 천상지무와 관련이 있다. 복수를 하되 그 보다 먼저…”
일년 반을 홀로 얼어 있던 것이 한천마결의 기운을 만나 한 번 녹아 내리자 일룡의 빙어는 그 안에 담아둔 회한의 크기만큼 거침없이 이어졌다. 허나 시각이 흐를수록 그 크기와 뚜렷함은 점점 줄어들었다.
“…역천마곡의 후예를 찾아라. 한천마결의 진정한 원류가 어디인지 밝혀내고 한천일빙세와 천상지무, 역천마곡 간의 비밀을 밝히도록 해라. 원수…는…그때…갚아…도…늦…지……”
않.다.
이 마지막 두 글자는 끝내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일룡의 마지막 심령이 재가 되어 완전히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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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과 월이 둔기에 머리를 맞은 듯 쓰러지는 무영을 보았다. 헌데 무영을 향해 날아갔던 입구의 잔해들이 그의 몸에서 튕겨졌다. 그들은 그것을 무시한 채 무영을 향해 지풍을 발사해 그의 천령개와 단전을 노렸다. 지풍으로 잔해를 튕겨낸 류심환이 다시 두 번의 지풍을 발사해 침입자의 지풍을 향해 발사했고 허공섭물을 펼쳐 무영의 몸을 일으킨 뒤 이형환휘(以形換位)를 펼쳐 삽시간에 무영의 곁에 내려서는 불혼에게 넘겼다.
펑! 펑!
은의 무영탈혼지와 월의 월령지가 무영의 천령개와 단전에서 한 치 정도 떨어진 거리를 두고 류심환의 태극일섬과 충돌했다. 은과 월의 지풍은 태극일섬의 위력을 감당치 못해 방향이 직각으로 꺾이며 비밀장소의 벽면에 그대로 박혔고 류심환의 태극일섬은 방향을 틀어 은과 월을 스쳐갔다. 그 순간 불혼이 무영을 안고 부서진 문을 향해 날아올랐다.
‘한 놈은 우리의 지풍마저 무력화시켰고 아이를 일으킨 뒤 땡초한테 넘겼어. 땡초는 아이를 안고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갔고. 예상보다 그들이 빨랐어. 엄청나게 강한 놈들이야.’
자신의 지풍이 벽면에 박히는 소리와 목을 스쳐간 지풍이 벽면에 부딪칠 쯤 은이 반 장 정도 공간이동을 하면서 자신의 절기인 은린비류절명(銀鱗飛流絶命)의 은린섬류와 비류절단혼을 연속해서 펼쳤다. 두 개의 비도가 빛의 속도로 류심환의 중회와 기해혈을 파고들었고 이어서 여덟 개의 비도가 기경팔맥의 출발점을 노렸다. 은의 초식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그 속도의 절륜함은 쾌초 중의 일절이라 해도 부족했다. 절정 고수라 해도 보는 순간 이미 그의 몸을 관통했을 정도로 빨랐다.
월은 은이 두 번째로 발사한 여덟 개의 비도가 그의 손을 떠나는 순간 불혼이 나간 문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일단 경공을 펼치자 특별한 움직임도 없이 부서진 입구로부터 스며든 달빛에 숨어 들듯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 수법의 가벼움이나 속도는 삼재와 우열을 가르기 힘들었다.
“어림없지. 여기서 끝을 본다.”
류심환은 오른손을 한 바퀴 돌린 후 앞으로 뻗어 파천태극무검의 초식 중 가장 빠른 일검삼결파천류(一劍三決破天流)를 펼쳐 은의 절초를 상대했고 월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왼손으로 태극뇌력파황권(太極雷力破荒券)을 격발해 비밀장소의 입구 전체를 강타했다.
챙! 팅!팅!!!!
은의 비도가 류심환의 검기와 둘 사이의 중간에서 부딪쳤다.
"컥!"
은은 자신의 비도가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보며 짧게 비명을 토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신형이 뒤로 주르르 미끄러지듯 밀려났다.
‘내가 먼저 날렸는데 중간에서 부딪쳤어. 비도도 산산히 깨졌어. 헌데, 상대는 미동도 없어.’
내장이 끊어질 듯한 통증과 함께 위험을 느낀 은이 밀려나는 탄력을 이용해 비밀장소의 벽을 왼 손으로 탁 치며 신형을 직각으로 날린 후 다시 비류절단혼과 그 다음 초식인 은린참을 연속해서 펼쳤다. 같은 순간 은은 자신의 시선 일부에 입구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 걸렸다.
쾅!
콰르르릉!
류심환의 권강에 강타당한 입구 천장이 수천 조각으로 쪼개지며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고 그것으로 비밀장소의 통로는 완전히 막혀버렸다. 그 파편 중 일부가 월을 향해 날아갔다.
“합!”
월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손을 흔들어 자신에게 날아든 돌들을 쳐냈다.
탁!탁!탁!
그는 그 반탄력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백팔십도 회전을 한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공을 펼쳐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그는 한지 몇 장 정도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무너져 내리는 만년화강암의 바위덩어리들을 피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가 쳐낸 돌들이 여러 개로 깨져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단 한 번의 권이었어!’
자신은 돌들을 여러 조각으로 깨뜨렸을 뿐이지만 상대는 단 한 번의 권으로 천장 전체를 산산이 무너뜨렸다. 그것만으로도 공력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월의 눈빛이 처음으로 무채식을 잃었다. 물론 그런 변화는 언제나 나타났을 때보다 빠르게 사라졌지만 그가 무공을 익힌 이래 이 정도 변화는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은 사형이 은린참까지 펼쳤고….’
탕!탕!!!!
팟!팟!!!!
총 스무 번의 충돌음이 일었고 빛의 파편들이 무수히 생겨나 지하공간이 순간적으로 환해졌다. 헌데 믿을 수 없게도 은의 절초 중 서열 삼 위의 은린참이 협소한 지하공간에서 처참히 파괴됐다. 비류절단혼의 여덟 개 비도와 함께 은린참의 열두 개 절대 비도가 산산조각났다.
'…그것마저 실패했어!'
월의 눈빛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크윽!!!”
울컥! 울컥!
은의 입에서는 삼킬 수 없었던 비명과 함께 한 사발 가량의 선혈이 물컹물컹 쏟아졌다. 그의 몸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봐서 단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했다. 자신의 비도가 수백 조각의 파편이 되어 비밀장소의 벽면에 박히는 것을 지켜보면서 은의 눈빛에 뚜렷이 하나의 감정이 돋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낯설은 느낌, 그들이 남들에게 주기만 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 두려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채색 눈빛은 더 이상 의미 없을 터, 그 결과가 하나의 단어로 떠어르며 그의 눈빛이 적홍색으로 변했다.
사(死)!
피빛 글자 하나.
“내가 무공을 쓰게 만든 이상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주겠다.”
류심환이 파천태극무검의 제 이초 일검파천만변류(一劍破天萬變流)로 은의 공격을 무산시키고 그에게 치명상을 입힌 후 그들의 한 가운데로 천천히 들어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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