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제21장ㅡ 류심환 검을 들다3

 

 

 

은과 월의 몸이 흔들리자 그들은 이미 허공 중에 있었고, 전음의 내용대로 각자 두 번의 초식을 연달아 펼쳤다.

 

 

“합!”

“차앗!”

 

 

은과 월이 일갈했다. 은의 외침과 함께 두 개의 비도가 은린비류절명의 마지막 두 초식, 은린비류단지와 은린비류단천가 가공할 위력을 드러내며 류심환을 향해 빛살처럼 폭사됐다. 두 비도는 그의 손을 떠나는 순간 하나는 지면에서 한 치 정도의 거리를 둔 채 날아갔고, 나머지는 지하공간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 상태에서 직선으로 날아갔다. 이는 하나의 동선이 둘로 갈라져 발사된 것으로 류심환의 일 장 앞에서 앞의 것은 위로 치솟아 올랐고, 뒤의 것은 위에서 아래로 폭사됐다.

 

 

 

쉬익!

슈욱!

 

 

두 비도가 두 가지 금속성 공명을 일으켰다. 그것은 햇살처럼 눈부셨으나 밑의 비도는 만년화강암의 바닥을 둘로 갈랐고(斷地), 위의 비도는 천장을 하나의 선으로 양단했다(斷天). 그렇게 단지와 단천을 실현한 비도는 류심환의 일장 앞에서 단명(斷命)으로 교차하려 했다. 

 

 

 

그 순간 월이 자신의 비전 절기인 월성만천비침폭(月星萬天秘針暴)의 마지막 두 초식, 월륜비침과 사월비침을 류심환에게 발사했다. 발사된 삼심 개의 비침은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속도로 회전해 삼십 개의 월륜처럼 커지더니 삽시간에 류심환의 주요 혈도를 파고들었다. 이어 여덟 개의 비침이 지하공간으로 스며든 달빛에 숨어 그의 기경팔맥을 끊기 위해 흔적도 없이 파고들었다.

 

 

 

쇄액!

팟!팟!팟!

 

 

지하공간이 온통 월의 비침으로 가득했고 그 중 여덟 개는 달빛 그 자체였다. 그들의 은형술이 비침에도 그대로 응용된 것이다. 그들의 합공은 무신이라도 피하기 힘들 것 같았다. 허나, 류심환은 작은 원을 허공에 그리듯 그저 왼손을 한 번 돌렸다. 일극무원결의 수비식 제 삼초의 후반부 망(網)을 펼친 것이다. 드디어 완성된 일극무원결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그의 손끝에서 수천 가닥의 기운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그의 앞에 하나의 기막(氣幕)이 펼쳐졌다. 얇고 투명한 기막에 월륜 같은 월의 비침이 걸렸다.

 

 

 

윙! 윙!

 

 

비침은 기막을 뚫을 듯 앞으로 밀고 나갔지만 순가락 한 마디 정도 전진한 상태에서 멈춰 계속해서 헛돌았다. 앞으로 나가려는 힘과 그것을 막으려는 힘이 정면으로, 그러나 부드럽게 부딪쳤다. 류심환은 그렇게 기막에 막혀 제자리에서 도는 비침의 원리를 확인한 후 기막의 위력에 수비식 제 사초 파(破)의 원리를 실자 기막이 하나의 강기로 변하며 그 자리에서 회전하는 비침과 부딪쳐 무수히 많은 파열음을 일으켰다. 비막의 반탄력에 비침들이 가루처럼 부서졌다.

 

 

츠!츠!츠! 스스스스.

 

 

가루가 된 비침이 돌던 속도를 이기지 못해 바람이 거의 지하공간임도 먼지처럼 휘날렸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애검 여의청명검을 뽑아 하나의 초식을 펼쳤다. 그가 여의청명검을 손에 든 것은 검강천과의 마지막 비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단천령태극검류(斷天靈太極劍流)!

태극어검파천류(太極馭劍破天流)!

 

 

 

파천태극무검의 두 절초가 여의청명검(如意淸明劍)에 의해서 펼쳐졌다. 비록 몇 평 안 되는 지하공간이었지만 두 절초는 주인의 분노를 아는지 천지를 뒤엎을 듯한 위력으로 쌍비의 합공을 그대로 덮어버렸다. 

 

 

 

'하늘의 령을 자르고 태극의 힘으로 검이 날아 하늘을 무너뜨린다.'

 

 

 

그 위세 앞에서 은과 월의 합공의 묘리는 그것이 어떤 것을 만들어낸들 의미가 없었다.

 

 

 

펑!! 펑!!!!

촤르르르!!!!

 

 

거대한 위력의 초식들이 충돌했지만 협소한 지하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큰 소리가 일어나지 않았다. 쌍비의 합공을 류심환의 초식이 아예 삼켜버렸고 그대로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눈을 뜨고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쌍비가 경악했다. 그 순간 검기의 일부가 그들의 몸을 강타했다.

 

 

허나, 베지 않았다. 나머지 검기는 초식을 펼칠 때부터 아예 의도된 듯 그냥 그들을 스쳐 비밀장소의 벽면에 부딪쳤다.

 

 

 

쩌어억! 쩌억!

 

 

비밀장소가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텅! 터엉!

 

 

은과 월이 검기에 튕겨 떠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크악!”

“커억!”

 

 

허나, 두 충돌의 바로 직전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서 두 개의 빛이 일었고 두 번째 충돌이 일어난 바로 그 순간, 한 개의 빛이 추가로 발사됐다. 이는 은과 월이 전음으로 약속한 대로 그들의 절초를 정확한 순간에 정확한 위치로 폭사시켜 발생한 현상이었다. 

 

 

 

만폭천하무형침과 은도비류탈천혼!

 

 

혼을 담은 월과 은의 두 비전절기가 류심환조차 예상하기 힘든 순간에, 뜻밖의 위치에서 폭사돼 왔다.

 

 

 

 

 

"허나, 너희가 무슨 무공을 펼친다 해도."

 

 

그들 공격의 절묘함과 그 가공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류심환의 분노 앞에서 그들의 합공이란 애당초 존재할 수 없었다.

 

 

"대가를 받는 것에 변화란 없지. 일단 검을 들게 만든 첫 번째 대가부터."

 

 

그의 말은 이곳 비밀장소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의 결심을 깨드린 대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첫 번째 결과에 대한 확인만이 남았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류심환의 검기에 의해 허리가 활처럼 휜 채 날아가 비밀장소의 울퉁불퉁한 벽면에 부딪쳐 튕겨나오며 쌍비가 했던 생각은 그와 달랐다. 이런 생각의 차이는 류심환이 말한 대가에 대한 쌍비의 잘못된 이해였지만 그때까지도 그들은 그것을 분명하게 깨닫지 못했다.

 

 

 

퍽! 텅!

“커억! 우웩!”

“크악! 컥, 커억!”

 

 

은과 월이 신형이 벽면에 부딪쳐 다시 나무조각처럼 튕겨지며 이번에는 꾸역꾸역 피와 내장조각들을 게워냈다.

 

 

 

“헉, 헉, 커억! 허나… 승리는…”

 

 

다시 한 번 선혈을 쏟아내며 월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튕겨져 바닥에 내팽겨진 그는 바닥을 수 차례나 구른 후에 멈출 수 있었고 힘겹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 허리로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퍼졌지만 피투성이 입술의 한 쪽 끝을 위로 올리며 힘겹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승리는…"

‘은 사형의 묘책이 둘 사이의 완벽한 호흡을 통해 저놈의 미간과 목젖, 명문을 파고 들었어.’

 

 

월은 미소의 끝에 이런 모습이 비쳤고, 확신했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이것으로…헛!”

 

 

 

순간, 그의 말을 자르며 두 가지 것이 동시에 자신의 귀와 눈으로 들어오고 보였다. 먼저 소리.

 

 

“월 사제… 허억, 마지막으로 말했던 것… 크으윽! 지금 당장…”

 

 

그것은 분명 은 사형의 음성이었는데,

 

 

 

둘째 빛.

 

 

번쩍! 번쩍!

 

 

월은 두 번 보였으나, 보였다고 느낀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자신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것은 류심환의 펼친 평범한 초식, 그냥 빠른 검이다. 그는 은과 월의 목숨을 거두어 대가를 받는 마지막 초식으로 검법의 기초 동작 중 하나인 일반 쾌검식을 펼쳤다. 그냥 빠르게 뻗으면 되는 그런 수준의 초식. 그가 말한 극도의 공포, 그 시작은 이랬다.

 

 

화경(化境)에 이른 초절정 고수의 생명을 거두는데 가장 초보 무사의 쾌검식을 택함으로써, 죽는 순간은 물론 죽어 저승에 가서도 그 억울함을 잊지 못하도록 만들려는데 그 의도가 있었다. 도망갈 기회를 주었는데 그들은 거부했고, 영원히 들지 않으려 했던 검을 들게 만들었으니,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히 알려주면 됐다. 

 

  

 

"때론 공포란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오지. 검기로 너희를 베지 않은 이유를 지금부터 깨닫게 될 거야."

 

 

처음에는 은과 월이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 순간 갑자기 양 팔과 어깨가 연결되는 곳에서 극한의 통증이 밀려왔다. 두 번의 번쩍거림이 만들어낸 결과가 이것이었다.

 

 

투둑! 투둑!

 

 

소리가 들린 곳에서 그들이 확인 한 결과는 조금 전만 해도 자신들 몸에 붙어 있었던 네 개의 팔이었다.

 

 

 

"으아악!"

"커억!"

 

 

눈이 본 것을 뇌에서 인식하자 그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고 쌍비는 그 비명이 자신들 팔이 몸에서 분리되며 발생한 극한의 통증에서 나왔음을 그제서야 인식했다. 그가 말한 극도의 공포가 다시 한 걸음을 나갔다.

 

 

 

"이것으로 무영을 위험에 이르게 한 대가는 받았다. 다음은."

 

 

번쩍!

 

 

여지없이 빛이 일었고 이번에 쌍비는 그것을 볼 수는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경망 중이라 그것이 단순히 빠르게 뻗은 검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류심환의 검이 단순히 아래로 그어져 자신들의 다리가, 조금 전 팔과 똑같은 수순으로 몸에서 떨어지는 것을, 그 허접한 과정이 주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투둑! 툭!

 

 

소리와 함께 네 개의 다리가 몸과 분리됐고 잠시 그대로 서있다가 피를 사방으로 뿌리며 툭 꺾이더니 그대로 접혔다.

 

 

 

"으아악!"

"크아악!"

 

 

참으려 해도 터지는 비명은 분명 자신들이 지른 것이 지겹게도 이 놈의 신경이란 것이 자리가 잘려나간 곳으로부터 또 한 번의 극한 통증을 배달했다. 비명은 그래서 터졌다. 이번에는 덤으로 자신의 몸 덩어리가 떨어져 바닥과 부딪치는 느낌을 신경이란 놈이 순간의 차이로 뇌에게 보냈다. 그들의 신경은 끝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한 것이다. 그 끝에 자리한 것은..

 

 

 

"크아아악!"

"크악!"

 

 

비록 충격은 앞의 것들보다는 작았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온 것들 중 가장 큰 비명소리였다. 그 비명와 섞이며 류심환의 말이 흘렀다. 

 

 

 

"이것으로 삼혼에게 검을 들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것을 깨뜨리게 만든 두 번째 대가는 받았다. 다음은 마지막 것 중의 하나."

 

 

 

쉬익!

 

 

이번에는 빛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검이 의식만 남아 있다면 누구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다가와 월의 목을 힘으로 밀어 자르더니 그 다음에야 인을 향해 움직였다.

 

 

 

스윽!

툭! 데구르르.

 

 

월의 머리가 그의 목에서 떨어져 나왔고, 잘린 부위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졌다. 신기한 것은 목이 잘린 후에도 월의 비명이 나왔다는 것이다. 은이 보기에 분명 월은 그의 목이 잘린 후에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끄윽!"

 

 

이것이 월이 이승에서 했던 마지막 말과 역류하는 기혈 때문에 일어난 트름이다. 그나마 눈도 감지 못했고, 그것은 그가 느낀 극도의 공포를 말해 주었다. 감지 못한 눈에 아직 기능이 있는지 월은 자신의 잘려진 팔과 다리, 몸 덩어리가 들어왔다.

 

 

 

'씨팔!'

 

 

 

"내 아버님에게 약속한 속죄의 고행을 지키지 못한 대가다. 다음은 최후의 하나."

 

 

은은 류심환이 뭐라고 하는 지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류심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극도의 공포에 빠져 인식마저 정지했다.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팔과 다리마저 잘려나가 꿈틀도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목에 느르게 검이 파고들었을 때 그가 느꼈던 공포는 그래도 피해 보겠다는 듯 신경이란 놈에게 신호를 보냈다. 근육 몇 개가 안간힘을 썼다. 한 두개는 움찔한 것 같은데 먼지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공포였다. 죽어서도 반응하는 삶에 대한 본능적인 퍼득임 같은 것이 공포였다. 상대가 말한 공포란 기능의 모든 것이 정지된 몸이라도 자율신경이 반응해 꿈틀거리기라도 하는 그 처절함이었다.

 

 

 

푸욱!

 

 

상대의 검이 자신의 목에 박혔다. 그것은 단순히 힘으로 찌르는 동작이었고 은은 그 묵직한 검의 손잡이 정도에 있었던 시선이 목에 무엇인가 걸린 듯한 느낌으로 변할 때 형언키 어려운 통증과 함께 그의 모든 감각이 종료됐다. 아쨌든 그는 죽음의 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죽어서도 잘 기억날 것 같았다.

 

 

 

그 다음에 류심환의 말이 들렸다. 이번에도 지랄맞게 신기한 것은 자신이 죽은 뒤에도 그의 말이 들렸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공포가 극을 넘어 죽은 뒤에도 가져가게 하고 말겠다는 그의 말을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상기시켜 주었다. 그의 의도는 이것이었다.

 

 

처음에 대부분의 검기를 흘려버리고 베지 않은 채 검등으로 자신의 가슴을 쳐 튕겨낸 것이 지금까지의 공포를 느끼게 해기 위함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의 어머님도 지키지 못한 놈이, 검을 들어 사람을 죽였으니 그 뻔뻔함을 용서할 수 없어서 최후의 대가가 필요했어. 이것으로 내가 검을 든 대가의 처음이 끝났고. 저승에 가서 너희 문파 사람들을 기다려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저승가는 노잣돈은 너희가 느낀 공포야."

 

 

류심환이 은의 목에서 검을 뽑았다.

 

 

쩌억! 쩍!

 

 

비밀장소의 곳곳에 간 금이 갈라지더니.

 

 

콰아앙!

 

 

엄청난 폭발음과 동시에 비밀장소의 지하공간이 무너져 내렸다. 그 사이를 유영하듯 류심환의 신형이 빠져나갔다.

 

 

 

'내 죽어 하늘에 가면 너희에게 죄를 고하여 그 대가를 치루겠네. 그것이 너희가 느낀 공포의 수천 배라도 달게 받겠네. 허나, 이제부터 나는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이네. 하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

 

초가에는 황기건중탕이 끓는 냄새가 가득했다. 무영은 깊은 잠에 빠져 평안해 보였다.

 

 

 

“수고하셨네요.”

 

 

류심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불혼은 조금 전 가옥이 무너져 내릴 때 결전이 끝났음을 알았다. 승패는 애초에 걱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생각보다 결전이 너무 늦게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주군께서 수고하셨지요. 저야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불혼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신하의 예를 취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불혼을 보며 류심환이 담담하게 운명과의 일전을 선포했다.

 

 

 

“비궁으로 가겠습니다. 준비를 해 주십시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3장 ㅡ 무영의 비상2  (0) 2014.08.12
제22장ㅡ무영의 비상1  (0) 2014.07.21
제20장 ㅡ류심환 검을 들다2  (0) 2014.07.21
제19장ㅡ류심환, 검을 들다1  (0) 2014.07.21
제17장ㅡ무영의 위기3  (0) 201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