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합공은 사상합일생결(四象合一生訣)이라 하지. 지난 삼 년간 수련의 모든 것이 녹아았지. 네가 이를 상대하려면 한가지 밖에 없을 거야. 그걸 알길 바라네.”

‘부디 그러하기를 바라네…’



구정회가 말을 마치자 마자 네 명은 각각 사상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 이동의 속도와 동작은 정연했고 그들이 사상에 이르자 각기 하나씩의 기운이 일어났다. 태양, 소양, 태음, 소음 등 네 가지 기운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순환하더니 마침내 사생합일생결의 위력을 드러냈다. 



류심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기운의 흐름을 지켜봤다. 우주의 조화를 담아낸 그들의 사상합일생결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고 불처럼 격렬하다가도 이내 대지처럼 견고한 흐름을 보였지만, 그것이 거대한 파도로 넘어가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터였다. 류심환은 여의청명검의 검병을 잡고 팔을 아래로 내려 검 끝을 지면에 한 치 정도 박았다. 그곳에서 호수의 수면처럼 미세한 진동이 일었다. 그것은 무엇인가 의도하는 바가 있는 류심환이 검에 진기를 불어넣어 발생한 현상이다.



‘음, 움직임이 상당히 좋아.'



그는 태양에서 소양으로, 다시 태음에서 소음으로 이어지는 기의 생성(太陽)과 확장(少陽), 축적(太陰)과 다시 생성을 하기 위한 저장(少陰)까지, 사상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한 그들의 움직임을 보며 짧게 감탄했다. 



“양이 극에 달하니 비로서 음이 시작된다(陽極生陰). 야합!”



구정회가 먼저 날아올라 태양의 자리에서 자신의 무공, 극검천결류 상의 천상무력대검을 펼쳐 태양의 원리에 따른 하나의 검강을 만들었다. 뒤이어 민경언이 소양의 자리로 날아올라 구정회가 펼친 검강에 자신의 벽력금강신공 상의 벽력대라장을 천상무력대검의 검강 끝머리를 향해 발사했다. 순간 크게 충격을 받을 것 같던 검강이 벽력대라장의 장강을 그대로 흡수했다.



‘서로 다른 기운으로 양을 극대화 한다? 멋진 발상이다. 허면, 음의 극대화는?’



류심환은 장강이 검강에 흡수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들의 다음 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는 여의청명검에 진기를 밀어 넣으며 다음의 수를 대비했다. 그의 진기가 여의청명검에 흐르자 검 끝이 박혀 있는 지면에서 물방울들이 맺히더니 하나씩 검을 타고 올랐다.



“완벽하진 않지만 극음지기를 대신하려면 대지의 음기라고 빌릴 밖에.”



류심환이 검을 타고 물방울들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분명히 상대에게 자신의 무공이 어떤 원리를 띠는지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봐야 했다.  



헌데… 이는 또 무엇인가? 그가 말하는 요결은 무엇이며 극음지기는 왜 필요하다는 것인가? 상대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었지만 구정회는 괜히 마음이 쓰였다. 허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전력으로 부딪치는 일밖에 남은 것은 없었다. 상대의 기도를 봤을 때 길게 끌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음이 극에 달하니 양이 시작된다(陰極生陽). 합!”



구정회와 그의 동료들은 서풍이 날아올라 태음의 자리에서 철검무상중검 상의 대력무상철검을 펼쳐, 태음의 원리에 따른 강력한 검강을 만들었다. 뒤를 이어 백호강이 소음의 자리로 날아 올라 민경언이 했던 것처럼, 구정회는 자신의 복마혜도 상의 태극분광섬뢰도를 서풍이 펼친 도강의 끝머리로 발사했다. 이번에도 둘은 어김없이 합쳐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검강이 점차 변화를 일으키더니 급속하게 날아올라 앞의 검강을 향해 날아가 하나처럼 또다시 합쳐졌다. 앞의 것에 비해 뒤의 것이 더욱 빠른 속도를 지녔다는 뜻이었다. 순간, 하나로 합쳐진 검강이 구정회의 대청검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투명한 검강으로 솟아올랐다. 



‘음의 극대화는 검강으로 기운을 쌓고 도강으로 뭉쳐서 극음을 생성하고 이것이 극양의 검강과 합쳐지며 사상을 역으로 순환해 절대 검강을 만들고 태극으로 완성돼 다시 사상의 순환대로 격발된다. 대단하다. 완벽한 합공을 이렇게 만들다니.'



류심환이 사상의 원리로 각각의 무공을 하나의 검강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감탄했다. 일전은 구정회가 치르나 실재로는 네 사람의 공격이 동시에 펼쳐지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하나가 될 수도 있었고 네 개도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누구의 의지가 반영되느냐에 따라 천상무력대검의 형태로 펼쳐질 수도 있으며 태극분광섬뢰도로 시전될 수도 있다. 



이는 공격의 조합을 다양하게 할 수 있으면서도 그 특성까지 모두 다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로써 사상은 태극에 이르고 그들이 합공은 가장 태극다운 검강이 됐다. 무공의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하나의 절대적인 합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의 지난 삼년이 거기에 온전히 녹아 있었다. 그 절절한 기운이 그대로 녹아 하나의 거대한 검강으로 치솟았고, 그것은 하늘에 이르러 거대한 울음을 터뜨렸다.



우르르릉!



류심환도 그들의 무공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지면에 박힌 검을 뽑아 하늘로 들어올렸다. 감탄만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헌데 검에 맺혔던 물방울이 삽시간에 흡수됐고 검이 하늘을 향하자 이번에는 햇살이 스며들었다. 구정회에게 둘 다 그렇게 보였다. 그것은 마치 자신과 동료들이 사상을 하나로 합치듯, 상대는 검을 통해 음과 양을 하나로 합치는 것 같았다. 



그의 검에서 구정회가 펼친 검강처럼 투명하나 거기에 푸른 기운이 더해져 가을하늘 같은 검강이 피어 올랐다. 이 또한 음양을 합쳐 태극의 원리를 실현함에는 그들의 합공과 다르지 않았다. 출발의 방식은 달랐으나 도착한 결과는 비슷했다.

승리는 도착 결과인 태극의 완벽한 실현에서 갈릴 것이 분명했다. 구정회와 세 명의 호법에게는 이런 모습이란 충격을 넘어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이미지에서 인용



‘같은 태극이야! 헌데.. 이 느낌은?’



구정회는 류심환이 펼친 검강을 보다가 문득 그 느낌이 익숙함을 느꼈다.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상대가 보여준 태극의 형태란 너무나 친숙했다. 


 

‘일단 부딪쳐 본다. 느낌은 그 다음에 알아본다. 일단 부딪친다.’

“이 정도면 서로 준비는 끝난 것 같고, 그럼…”

“합!”



외침과 함께 구정회는 대청검을 아래에서 위로 그어 올렸다. 사생합일생결의 제 일초, 상승(上乘)이었다. 태양의 원리를 살려 태극에 이르는 사상의 첫 번째 움직임, 폭발적인 상승을 구현한 것이다.



휘익!



그의 대청검에서 투명한 검강이 번쩍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류심환의 발끝에 이르렀고, 거기서부터 머리를 향해 맹렬하게 치솟아 오르려 했다. 순간, 류심환의 검 끝이 위에서 아래로 최소한의 공간만 움직였다.



슉!



여의청명검에서 격발된 푸른 검강이 류심환의 발끝에 이르려는 찰나에 대청검의 검강을 향해 직선으로 하강했다. 



탕!



하얗고 푸른 두 개의 검강이 유리알처럼 부딪쳤다. 두 개의 검강은 잠시 힘 겨루기를 하더니 서로의 힘을 견디지 못해 엇갈려 날아갔다.



쾅! 콰앙!!!!



구정회의 대청검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 이 방식은.. 이 방식은..’



항상 그의 기억 속에 있어 오히려 떠오르지 않는 하나의 방식이 어른거렸지만 그의 뇌리에는 영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 번 더!’

“일초는 잘 막았다. 다음이다. 가라!”



구정회의 외침이 다시 일었고 이번에는 대청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마치 수직으로 내려 찍는 것이 직도황룡과 비슷했다. 제 이초, 하강(下腔)이었다. 구정회는 혼란한 마음을 다잡으며, 태음의 원리를 살려 태극에 이르는 사상의 두 번째 움직임, 하강을 구현했다.



헌데 그가 구현한 검강의 종류가 두 개였다. 하나는 벽력대라장의 장강(掌剛)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력무상철검의 중검강(重劍剛)이었다. 각기 다른 성질의 초절정 무공의 정수들이 류심환을 향해 날아들었다, 벼락처럼.  



츄! 추욱!



두 번의 섬광이 일고, 그 순간 류심환의 단전과 태양혈이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아래로 내린 검을 반 바퀴 돌리면서 최단 거리로 위로 그었다.  



휙! 휙!



푸른 검강이 둘로 나뉘며 위를 향해 수직 상승했다.



캉! 캉!



하얗지만 강하고 무거운 검강과 여전히 푸르게 투명한 검강이 동시에 부딪쳤다. 구정회는 이번 충돌로 전해진 반탄력과 그에 따른 충격으로 하마터면 검병을 놓칠 뻔했다. 류심환이 그를 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대단해. 삼혼에 버금갈 정도야. 허나, 이쯤이면 어느 정도 느꼈을 텐데..’



류심환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충격을 흡수하던 구정회를 쳐다보았다. 



‘헌데… 이 익숙함은? 도대체 이 무공은 무엇인데? 이 익숙함은 도대체가…’



구정회는 다음 공격을 하기 보다는 순간적으로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생각한다는 것이 그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보고 그 이상의 깨달음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상에 대한 이해가 깊군. 하지만 지금부터야. 갈!”



구정회는 다시 일갈하며 세 번째 공격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대청검을 류심환의 가슴을 기준으로 그 아래로 내리쳤다. 제 삼초, 상변하(上變下)였다. 그러자 세 가지 각기 다른 기운이 검강으로 구현됐다. 기준점 위에서 기준점 아래로 내려가는 사상의 원리를 이용해 태음을 태극에 녹여 구현한 것이다.



그의 검강에서 천상대력무검의 검강과 벽력대라장의 장강, 태극분광섬뢰도의 도강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두텁고 거대하며 날렵한 세 가지 각기 다른 기운이 하나의 검강으로 류심환을 덮쳤다. 그때, 하나의 외침이 있었다.



“대 사형, 그의 무공은…!!!”



이호법, 일장무절 민경언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자 구정회도 비로소 보였다. 그도 이제는 상대의 초식이, 느꼈으나 감히 떠올리지 못했던 상상의 마지막을 볼 수 있었다. 상대가 펼친 무공이 무엇인지 그는 비로소 알 수 있었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도 알 수 있었다.



‘알았어.’



류심환의 눈빛이 짧게 빛났다.



“…그렇구나. 주군의 천상지무야. 감히 떠올리지도 못할 것이지. 허허.. 이건 주군의 천상지무야. 그거 아니면 또 뭐겠어.. 허허, 어리석은 놈! 대인은 뉘신지요?”



서둘러 검강을 회수한 구정회가 극도의 긴장과 흥분을 보이며 지면에 내려섰다. 그의 눈은 터질 듯이 커졌고 충혈되기 시작했으며 몸은 눈에 띌 정도로 흔들렸다. 그의 도포가 찢어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 뒤로 핏발이 선 여섯 개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기대와 흥분으로 미친 듯이 타오르고 있었다.



“류심환입니다. 검강천 천주와는…”



류심환의 말이 화월곡 안을 잔잔하게 퍼져나갔고, 그 말의 처음으로부터 마지막까지 그들의 마음에서는 어마어마한 격랑이 일어났고, 한 자 한 자 미친듯이 따라 흐르고 넘쳐흘렀다.



그랬다. 자신들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역천의 순간부터 그들의 혈관에서 피는 흐르지 않았고 숨을 쉬는 순간마다 주군을 지키지 못했음을 자책했다. 햇살에 부끄러웠고 바람에도 흔들렸다. 그렇게 죽은 듯이 기다렸다. 삼 년을 내내 이날을 기다리며 칼을 갈았다. 칼이 다 닳아 마음에 날이 섰고 이제는 검이 되어 그들의 혼이라도 자를 판이었다. 그렇게 준비하며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랬군요. 그래도.. 그래도.. 도련님은 살아계셨군요. 그랬군요, 그랬었군요.”

“크흑! 주군!!!”

“흐흑, 크흐흐흑!!!”



구정회의 마음에서 주군의 모습이 회오리 쳐 떠올랐고, 민경언의 뇌를 거쳐 주군이 웃고 있었으며, 서풍의 가슴으로부터 뜨거운 그리움이 퍼 올려져 주군의 말씀이 되니, 백호강의 두 눈에서 마침내 눈물로 흘러내리며 울려 퍼졌다.



“허허.. 이 사람들.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음인가? 내 자네들의 가슴에, 영혼에 함께 하고 있음이고, 이제 무영이도 돌아오고 있음인데.. 허허, 이 사람들 눈물이라니. 거두시게, 거둬서는 무영이 돌아오는 날에 나를 대신해 반겨주시게나. 허허, 이 사람들.. 살아주어서 무엇보다 기쁨이 더하는구려. 허허.. 이 사람들아.”



“무영은 무공 수련이 끝나면 강호로 나올 것입니다. 아마 육, 칠년 후가 되겠지요. 그때까지 말씀해주신 것들을 그대로 진행하시면, 무영이가 적당한 시점에서 여러분을 찾을 것입니다. 수고스럽겠지만 그때까지 드러내지 않고 말씀하신 계획을 꼭 이루어 놓으시길 바랍니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류심환이 그들과의 이야기를 끝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도련님께 찾아 뵙지 못하는 불충 전해주십시오. 역적들을 다 찢어 죽이고 난 뒤 죽음으로 우리의 죄를, 주군을 지키지도 못한 우리의 불충을 벌해달라고 전해주십시오. 부탁 드립니다. 장로님들에게는 도련님이 생존해 계시다는 사실을 저희가 말씀 드리지요. 거듭 부탁 드리립니다. 류 대인!”



구정회가 절까지 올리며 그에게 부탁을 했다. 나머지 세 사람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이곳은 화월곡. 무영이 다시 삶을 찾은 곳. 이곳에서 그의 아비의 사람들이 그의 새로운 조력자가 됐다. 이로써 무영도 작지만 거대한 능력을 지닌 첫 번째 세력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가 강호에 출도할 시에 속혼이 선발한 아이들도 무적의 무인이 되어 그와 함께 할 것이니 이것으로 류심환의 안배는 뜻밖의 모양새를 갖췄다. 이로써 그는 이곳에서 두 가지를 얻었다. 그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행운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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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혼의 무공은 제천태극진기를 원류로 하나 그 결과물은 모두 다르다. 하나는 부처의 불력(佛力)이고 하나는 신선의 도력(道力)이며 나머지는 자연의 힘을 담은 물력(物力)이다. 이것은 하나이면서도 다른 셋으로 삼재(三才)를 이루면서도 태극으로 합쳐진다.”



도혼이 삼혼 무공의 오의(奧義)에 대해 무영에게 전수를 시작했다. 무영은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명상에 잠긴 도인처럼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누가 가르치는 자이며 누가 배우는 자인지 그들은 서로 하나가 돼 그렇게 말하고 듣고 깨우치니 그 사이에는 무엇도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중에서 불력은 파천무형검법으로 구현돼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무상검(無常劍)이 된다. 무상검은 그 시작과 끝이 없어 마음에 따라 어느 때나 무엇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다. 그것은 하나의 검일 수도 있고, 수 천 개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네가 마음에서 이렇다 하면 곧 그대로 검이 되니, 그 시기와 숫자, 위력이 네가 정하기에 따라 달렸다. 불혼 무공의 핵심이 이에 있다 하겠다.” 



무영이 도혼의 설명을 들으며 마음에 검을 떠올렸다. 검법의 운결을 하나 둘 떠올려 무한한 마음의 수련장에서 검을 펼쳤다. 순간, 크지는 않지만 그의 머리 위로 미세한 기운이 생성됐다. 그것은 검을 닮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내기가 떠오른 것인지 분명치 않았으나 무영의 머리 위에 분명 기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기운은 어떤 형태도 이루지 못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혼의 옆에서 무영을 쳐다보던 불혼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단 한 번 듣고 무상검의 오의를 상당 부분 깨달았어. 공력이 부족하고 깨달음이 적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분명 무상검의 기운이야. 놀랍고도 놀라운 아이야. 주군 말고도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있다니….’



불혼과 똑같은 경탄에 빠졌던 도혼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번에는 자신의 무공에 대해 설명했다.



“내 도력은 현의천도류로 구현돼 우화등선의 선력에 이르러 선도류(仙刀流)가 된다. 선도류는 그 깊이와 폭이 무한해 그 안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다. 네 생각 속에 도와 살(殺)을 담으면 도는 날아가 상대의 명을 취한다. 네가 마음과 생각 속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품느냐에 따라, 상대는 팔이 잘리고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내 무공의 도력(道力)은 이렇게 실현된다.”



이번에는 무영이 자신의 생각 속에 도를 떠올렸다. 그런데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의식 수면 위로 천상천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가 도를 떠올리는 순간, 앞에서 검을 떠올릴 때 의식의 깊은 곳에 박혀있던 천상천에 대한 살의가 수면 밑까지 잠형을 해와서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무영의 생각이 검에서 도까지 이어지자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무영의 머리 위로 불혼 무공의 오의에 다가갔을 때와는 달리 제법 뚜렷한 도 형태의 기운이 떠올랐다. 기운은 붉은 색이 감돌았고 강력했다. 헌데, 도의 형상을 닮은 기운이 떠오르자마자 무영의 기혈이 급격히 흔들렸다.



“갈! 생각에서 살의를 빼!”



도혼과 불혼이 동시에 기합을 넣으며 급박하게 외쳤다. 도혼의 외침에는 도력이 들어 있어 급격하게 흔들리는 무영의 기혈을 다스렸고, 불혼의 불력은 무영의 단전에 자리한 천상무극진기의 준동을 막았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무영은 기혈이 뒤틀리고 천상무극진기가 움직여 천상무극독과 반응했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될뻔한 위기였다. 



무영은 미간을 짙게 찌푸려지면서 자신의 의식 아래로 천상천을 가라앉혔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의 마음 속에 자리한 극한의 살의가 명경지수처럼 맑아야 하는 연공의 평정심을 깨뜨려 그 간의 모든 결과를 한 번에 다 날릴 수도 있었던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어리석은 놈! 네 놈의 한이 아무리 깊어도 연공 중에 살의를 떠올리다니, 어찌 네가 무공을 배우겠다는 것이냐! 네가 무엇인들 이루겠느냐. 이런 실수를 다시는 용납 않겠다. 알아들었으면 다시 선도류를 떠올려!”



무영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이었다. 삼혼 무공의 오의가 얼마나 깊은데 자신은 그 일부분만 깨닫고도 마음의 평정심을 잃었다. 진정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래 천상지무를 이룰 때까지 천상천을 잊는 거야. 거리를 좁힌 천상천이란 없는 거야.’



그때가 바로 자시초(子時初 : 23시부터 24시까지)에서 자시정(子時正 : 24시부터 01시까지)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무영은 열 살의 마지막 순간에 생의 첫 실수를 저질렀고, 열한 살의 첫 순간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 찰나의 순간에 천 년 무림의 역사가 바꿀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무영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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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뉴론7 2014.08.16 11:09 신고

    잘보고 감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염 ^^&

  2. 태봉 2014.08.16 18:24

    칼이 다 닳아 마음에 날이 서다~~캬 정말 표현이 이루말할 수가없군요^^ 잘 보고갑니다

    • 요즘은 시사문제에 매달리느라고 감성이 모두 말라 버렸습니다.
      어떻게 시를 썼고 소설을 썼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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