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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치릿치릿뱅뱅의 이승윤, 그때의 자유로움에 취해 지금까지

 

 

제가 싱어게인 우승자인 이승윤에 대한 폭발적 인기ㅡ기존의 아이돌에게 쏟아지는 조공에 비하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ㅡ에 대해 '이승윤 현상'이라고 이름지은 이유에 대한 철학적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승윤의 공연이 아닌 가사와 인터뷰 같은 것만 해설하는 이유도 그때에는 명증하게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그때에는 설명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승윤에 대한 여러가지 접근과 해석을 통해 나름의 욕망을 투사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대중가수로서의 이슝윤과 신실한 기독교 신자로써의 이승윤을 구별할 필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가수로서의 이승윤과 윤리·도덕적 실천가로서의 이승윤을 하나로 등치시키는 것에 내포된 위험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요.  

 

 

이승윤이 시대의 부조리와 청춘의 절망, 좌절, 분노, 희망, 행복 등을 노래한다고 해서 그가 성직자나 혁명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음악활동으로부터 모범적인 삶을 이끌어내거나 그렇게 포장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고, 욕망의 투사이며, 침해불가능한 권리이지만, 발터 벤야민이 <괴테의 친화력>에서 보여준 것처럼, 윤리와 도덕, 종교로 이승윤의 노래와 무대를 채색하면 그의 천재적 예술성이 질식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패자부활전의 성격이 강한 싱어게인에서, 치릿치릿뱅뱅을 열창할 때의 이승윤에게 빠져든 것은, 그가 어떤 계획 하에 무대를 구성하고 보여줌으로써 최고의 반응을 끌어내려 했는지 그것과는 상관없이, 30호로 불려야 하는 한 청년이 온갖 설움과 좌절에 굴복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심사위원을 향해, 시청자를 향해 마음껏 놀아내는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무대를 넘어 화면까지 찢어버리는 그의 폭발력은 구속되지 않는 영혼의 자유로움이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던, 부르디외가 <구별짓기>를 통해 통렬하게 비틀어버린 상류층의 고급문화이던 하층민의 대중문화이던 중요한 것은 한바탕 놀아보는 자유로움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것이었지요. 감정의 배설이라고 해도 뭐, 문제될 것 있습니까? 검열이라도 하시게요? 치릿치릿뱅뱅을 부를 때의 이승윤이 무엇을 생각하고 목표했던 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좋았고, 빠져들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저의 덕질이 다른 이들과 같을 수는 없겠지요.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는 행복이란 나와 상관없는 세상의 것이며, 결국은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라는 숙명적인 비관론을 또다른 나의 자아로 여기며 살았던 저에게, 그 순간의 이승윤이란 영원히 실현되지 않을 구원의 약속과도 같은 짧은 망각이었습니다. 저와는 달리 싱어게인을 통해 대중과의 소캐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승윤을 보는 것이 좋았고,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아래의 시는 저를 장애인으로 만들었다는 죄의식에 힘들어했던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였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이후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저를 보며 자책하시던, 가족들에게는 너무 고마운 착한 치매로 돌아가시기 전에야 저를 의지할 수 있었던 어머님에게 바치는 시이기도 합니다. 수천 권의 책으로 중무장한 저의 성찰은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지만, 그 표면에는 온갖 상처들로 가득합니다. 

 

 

'방구석 음악인'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이승윤의 영혼에도 영롱한 보석처럼 단단해진 성찰이 자리하고 있을 터, 그 표면에도 많은 상처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제 눈에 들어왔고, 이제야 상처에 화석처럼 붙어있던 딱지들을 하나둘씩 떼고 있는 저처럼, 그 역시 상처들이 화석처럼 굳어지기 전에 떼어내기를 바랐습니다. 무한의 가능성을 향해 날아오르되,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어떤 것에도 속박받지 않고 자유로운 비상을 최대한 오래하기를 바랍니다. 

 

 

 

봄나들이

 

 

 

더듬어 읽는 한 줄의 글에

어머님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바람에 걸어논 슬픔

하나의 목련과

하나의 진달래, 나의 봄은 늘

손끝으로 오고

느낌이 햇살 같아서

마음을 풀어 놓았다

언젠간 하늘도 만져 보리라

지금 같은지

이렇게 더듬는 봄나들이

어머님의 눈물은 무슨 색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