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에 나온 싱어게인 빅4, 즐거운 하루를 보낸 이후, 이승윤은 '예능인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아는형님>에서 게임으로 넘어간 이후의 이승윤의 표정을 집중해서 봤는데, 그는 게임에 집중하지 못한 채 강호동과 이수근, 김희철, 서장훈 등처럼 아형 멤버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곤 했습니다. 다양한 재주를 가진 이승윤이지만 시청자를 위한 말도 안 되는 게임에 전념하는 아형 멤버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승윤은 녹화를 마친 소감을 '예능인들이 존경스럽다'라는 말로 압축했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성찰이었고 이승윤다운 감상평이었습니다. 방구석 음악인 시절의 이승윤 자작곡 가사를 살펴보면 자신이 가진 재능 대비 어떤 결실도 맺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고뇌가 진득히 베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의 성공 기준과 동떨어져 실패를 거듭하는 천재들이 흔히 가질 수밖에 없는 분노와 비슷한 감정입니다.
성공을 위해 죽을 만큼 노력했다고 자부하지만, 세상의 성공 기준에 마추면서까지 성공을 추구해야 하는지, 숱한 갈등의 산물이 이승윤 자작곡에 담겨있는 주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물이란 단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모든 분에 퍼져있지만, 특히 예술 분야에 많은 아웃사이더들은 자신의 신념과 세상의 성공 기준의 차이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하는 존재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들인 벤야민과 고흐, 니체, 카프카, 카잔스키, 로렌스 등이 그랬습니다.
이승윤이라고 해서 그들과 다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가 마지막 도전으로 싱어게인에 도전했고, 자신의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해 우승까지 했습니다. 아웃사이더에서 최고의 인사이더가 된 것인데, 하룻밤 자고나니 유명인 된 자신의 변화와 위상에 어안이 벙벙했을 것입니다. 코로나19 펜데믹 때문에 달라진 자신의 위상에 대해 피부에 와닿는 것이 적었겠지만 기획사는 물론 수많은 펜카페가 생기고, 잠시도 쉴 수 없는 일정에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패자에서 모두가 떠받드는 승자로 바뀐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자신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관심의 폭증에 실감이 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영웅수집가'를 쓰던 시절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자신을 향한 사랑과 관심을 즐기기도 힘들 지경이기에 다른 생각을 하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는 형님>에 출연했고, 모든 것이 약속된 입학식은 아형 멤버들의 예상할 수 없었던 에드립에 놀라움과 즐거움의 연속이었을 것이고요. 그런 감정 상태에서,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게임에 들어섰는데, 특정한 대본도 없는 상황에서 아형 멤버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노력과 순발력, 재치들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한 편의 예능을 찍기 위해 그들이 쏟아내는 노력과 재능의 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승윤이 본 것은 싱어게인 제작을 위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피와 땀을 흘린 제작진과 스탭에게서 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들이었을 테고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이승윤의 표정을 보면 다른 출연진과는 달리 게임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특한 그가 예상할 수도 없는 수많은 의외의 상황들이 벌어지고, 그것을 어떻게든 대처해내거나 다시 찍고 또 찍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승윤이 녹화를 끝낸 다음에 '예능인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한 것에서 그의 깨달음이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조직이, 공장이,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수많은 현장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들에는 어떤 이들의 땀과 피들이 담겨있는지, 무엇이 숨겨져있고 무엇이 드러나는지 알지 못합니다. 일부는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일베처럼 키보드 앞에서 욕설과 저주를 퍼부기에만 급급합니다.
삶의 현장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분들은 그런 욕설과 저주를 퍼부을 수 없습니다.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이런 키보드워리어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제일 먼저 맞으라고 하는 악랄하기 그지없는 정치인들과 똑같은 자들이 여기저기서 악령처럼 출몰합니다. 통치자인 대통령도 피통치자인 국민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인데, 선거 승리와 자신의 재선을 위해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자들이 큰소리를 칩니다.
누구라도 먼저 백신을 맞고 싶을진데, 대통령에게 먼저 맞으라는 백신음모론이나 부추기는 자들은 천벌에 천벌을, 거기에 또다시 천벌을 더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능지처참형이 가능한 세상이라면 광화문 4거리에서 능지처참형에 처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받은 정은경 본부장처럼 백신 민주주의를 실현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정치적 이득만 얻으려는 악마와 다름없는 자들이 키보드워리어와 함께 백신 불신만 키웁니다.
이런 짐승만도 못한 자들에 비하면, 아형 멤버에게 존경을 표한 이승윤의 영혼은 왜 우리가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지 말해줍니다. 그런 따뜻한 시선, 내 노력과 재능만이 아니라 타인의 노력과 재능도 똑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인정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장려하는 행동규범이며, 깨어있는 시민의 본질이고, 상생과 공존의 세상을 가능케 하는 아름다운 마음가짐입니다.
'싱어게인 탑4'가 출연한 <아는 형님>은 이승윤의 마지막 멘트로 최고의 오락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었고, 또다시 보게 됩니다. 승윤씨, 당신 때문에 밀린 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책임지세요, 더 멋진 노래와 재담, 퍼포먼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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