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망신
뜬 구름 잡는데/ 원래 떠 있는데/ ㅡ 수많은 청춘과 사람들이 뜬 구름 잡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그래서 원래 그렇게 뜬 구름들이 떠있는 것인데, 넘칠 만큼 떠돌아다니는데
난 감히 구름 한 점 보태기 위해 뻐끔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전부 다 시킨대/ ㅡ 나도 뜬 구름 잡기 위해 구름 한 점을 보태기 위해 노력 중인데, 수면 아래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산소를 좀 얻고, 뜬 구름 같은 기회가 넘쳐난다고 하는 세상을 향해 뻐끔대는 것인데, 나의 꿈과 희망을 펼쳐보려 하는 것인데,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전부 다 시킨대니, 나는 뭐가돼? 나 말고도 수많은 청춘들은? 뜬 구름이라도 잡으려고 죽을 만큼 노력하고 절규하는 그밖의 모든 분들은?
멋대로 가둬놨던 건어물 좀 넘기고선/ 사람 구실이 대관절 뭔지 말해봐/그저 사람이라는 구실이 필요한 건 잘 알아/ ㅡ 마치 진화론을 말하는 듯, 꼴뚜기의 운명은 인간의 입속으로, 그중 일부는 건어물이 돼 어물전을 조금 넘어설 수도 있는데, 그런 청춘들이 부지기수로 널려있는데, 청춘들과 경쟁하는 수많은 세대들이 널려있는데, 이런 필사적인 노력들이 뜬 구름 잡기고, 어물전 망신이라고? 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사람 구실이 뭐야?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해줘, 대관절 그게 뭔지 말해봐! 그래야 그것에 맞춰 노력이라도 하지 않겠어? 우리를 어물전에 가더놓고 필요할 때마다 건어물로 만들어버리는, 다시 말해 임시직이던, 일용직이던, 알바던 그런 형태로 이용해먹고 버리면 그만인 거야?
구름 한 점이나 뻐끔이 어물전 밖으로 머릴 빼꼼이/ 구름 한 점이나 연거푸 뻐끔이 구실은 퍽이나 빼곡히/ ㅡ 골뚜기가 머리를 빼꼼이는 것, 다시 말해 뜬 구름 한 점이 뻐끔이 머리를 내미는 것을 말함.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뜬 구름 잡기인 , 그런 것이라도 해야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는 청춘이지만, 그런 처지의 사람들이 연거푸 세상을 향해 머리를 내밀었는데, 어물전 망신이라며 사람 구실이나 하는 틀에 박힌 기성세대의 레포토리가 빼곡히 쏟아져나와 빼곰한 청춘의 시도마저 죽어버리는 거야?
날 대변하지마 어차피 넌 내가 아니잖아/오늘 먹은 음식말고 누구도 그리 못해/ ㅡ 이 부분에서 이승윤의 반항적 심리 표현이 극에 달한다. 난 사람이지 꼴뚜기와 비교될 수 없어. 난 존엄한, 꿈꾸는 그런 사람이니까, 날 꼴뚜기 취급하며 어물전 망신이라고 하지마. 승윤의 분노는 자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꼴뚜기에게 자신을 대변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이 꼴뚜기로 대치되면 결국 꼴뚜기 정도의 인간이 되는 것이니까. 언어철학을 보면,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고, 언어는 그 사람을 표상한다고 했으니까. 오늘 내가 먹은 음식말고, 나를 위해 생을 다한 음식들 말고 누구도 나를 대변할 수 없어. 난 존엄한 인간이고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아야 해. 난 꼴뚜기가 아니야. 내 꿈은 뜬 구름도 아니고, 내가 노력하는 것은 어물전 망신도 아닌 거야.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개처럼 벌어 짐승처럼 써라.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전공이 뭐야 제발 내게 좀 묻지마/ 내 전문 분야는 아직은 젊음일 뿐야/ ㅡ 어물전 망신이나 시키는 꼴뚜기로 만들기 위해 내 전공이 뭐냐고 묻지마. 학벌이나 학과 같은 그런 것으로 나를 평가하지마. 내 전문 분야는 아직은 젊음일 뿐이야. 난 무엇도 꿈꿀 수 있고, 무엇에도 도전할 수 있는 젊은이고, 그 젊음만의 특권을 사용하지도 못했어. 난 꼴뚜기도 아니고 뜬 구름 잡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물전을 망신시키는 어물전 소속의 어족이나 건어물도 아니야.
구름 한점이나 뻐끔이 어물전 밖으로 머릴 빼꼼이/ 구름 한 점이나 연거푸 뻐끔이 젊음은 퍽이나 빼곡히/
어물전의 자랑 따윈 되기 싫어/ 구름을 커피로 물들이고 싶어/ ㅡ 어물전 망신도 싫지만 그렇다고 어물전 자랑도 되기도 싫어. 난 어물전 소속도 아니고,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될 테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노래야. 뜬 구름이 아닌 아름다운 꿈인, 멋있는 자유인, 맛있는 노래인 구름을 향기로운 커피로 물들이고 싶은 그런 가수가 되고 싶은 거야. 난 아름다운 단어와 화음, 리듬, 꿈과 희망으로 어우러진 노래를 부르고 싶어, 마치 커피에 물든 구름 같은 노래.
구실을 찾을 실을 거는데/ 전부터 먼저 내 허실인가/ ㅡ 그 꿈을 위해 구실을 찾았던 것인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기 때문에 실은 거는 것인데, 지금까지 꼴투기로 취급받고 머리를 빼꼼이 내미는 것이 어물전 망신이라고 하니 전부터 그것도 내가 먼저 잘못한 것일까? 내가 찾은 실이 튼실한 것이 아니라 허실이라도 되는 것이었을까? 이렇게 죽을 만큼 노력하는데도 아무런 울림이 없잖아..
구름 한 점이나 뻐끔이 어물전 밖으로 머릴 빼꼼이/ 구름 한점이나 연거푸 뻐끔이/
구실은 퍽이나/ ㅡ 변명이라고 해야 하니까, 그런데 그것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어
구름 한점이나 뻐끔이 어물전 밖으로 머릴 빼꼼이/ 구름 한점이나 연거푸 뻐끔이/
젊음은 퍽이나 빼곡히/ ㅡ 헬조선에라도 갇힌 듯한 이 젊음은 퍽이나 빼꼭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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