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다 떠나간 사무실엔
듬성듬성 3년의 세월이 흩어져 흔들거린다
직원이 비워두고 간 패잔의 흔적들
가슴을 가르고 간 바람이 그 위에서
먼지로 비스듬히 일렁거린다
무심코 발에 걸리는 결제보고서 사장 란에는
휘어진 웃음이 비릿하다
문틈을 비집는 엘리베이터 소리
서둘러 문을 닫아야 하는데
슬그머니 훑고 가는 시선이 역린처럼 남아 있다
지금 뼈 속에서 들려오는 울음
눈물도 되지 못한 통곡이 소리조차 삼켜버렸다
내 자리에선 아득히 전화벨이 울리고
2004.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