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길
잊으라 한다면
창동길 십칠 년 그저 덤덤히
늘상 외로운 쪽은 이승 같았다
떠난 사람은 남은 자의 무엇엔들 머물러
못 다한 생을 그렇게 사는 지도
어딘가 바람꽃이 시들면 하늘 아래
우리 쉴 곳은, 푸른 소리들
당신 닮은 나무들이 바람을 타고
몇 마디 넋두리에 평생을 털던
당신의 오십 이 년이 떠나가고 있다
한사코 세월을 거슬러 오르기만 하더니
마침내 퇴색되면서 잊으라 한다면
창동길 십칠 년 그저 덤덤히
다 잊겠노라고 당신 무덤가 군데군데
피어나는 이름 모를 잡풀처럼
그날의 세상처럼
1999.6.17.(199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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