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바람이 바람으로 비워놓은 자리에

천년을 내리던 별빛이

빛살마다 다시 하늘의 이름으로 되살아올 때

그 황금빛 기억 속을 휘돌던 그리움으로

이곳에 왔다.

바다는 어둠을 가로질러 온 내 가쁜 숨결마다

바람을 보내고 태양은 파도 위로

그날 같은 인사를 한다.

전생엔 은하수였던 물고기들이 은빛으로 부서지고

백사장엔 하염없이 밀려드는 반가움

참으로 오랜 동안을 생각조차 잊었는데

바다는 어미의 품처럼 한결 같다.

그래 저기 어디쯤 나의 전생이 흐르고 있을지도

발을 적시는 파도가 백사장 위로

내 발자욱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이미

자신의 몸속에 영혼 속에 내가 있다며

다시 천년을 그 자리에서

출렁이고 밀려오며 사랑하겠다고

 

                                            199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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